[朴·文·安 대선 전쟁] 민주 “文, 서민대통령 될 것”… 安겨냥 ‘귀족’ 암시 차별 발언
입력 2012-11-07 21:55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의 막이 오른 7일,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의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서민대통령’이 될 거란 점을 강조하는 진성준 대변인에게 “그럼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귀족이라고 암시하는 거냐”고 한 기자가 물었다. 진 대변인은 부인하지 않았다. “기자분께서 판단해 달라”고만 했다.
이날 브리핑은 ‘서민’ 문재인과 ‘귀족’ 안철수를 대비시키려는 문 후보 대선 캠프의 의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문 후보 캠프는 국정운영능력, 정치적 기반, 서민 이미지를 문 후보의 강점으로 부각시켜 상대적으로 안 후보는 정치신인, 무소속, 귀족 이미지에 가두려는 전략을 쓴 셈이다.
진 대변인은 “이제 누가 대통령으로서 적임자인지 겨루는 국면에 들어갔다”며 “문 후보가 국정운영능력과 정치적 기반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그 자신이 서민이었던 만큼 서민의 땀과 눈물을 잘 이해하는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당장 안 후보 측에서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단일화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연대의 파트너를 노골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우리가 문 후보를 친노(親盧·친노무현) 패권주의에 갇혀 있는 노무현의 그림자라고 공격한다면 그쪽에서 기분이 좋겠느냐”며 “공식 브리핑에서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된 이상 문·안 후보 진영에서는 차별화를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 야권 지지자들에게 ‘문재인과 안철수’라는 상품을 내놓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요구한 만큼 네거티브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양측 간 분란이 커질 여지는 갈수록 많아질 전망이다.
당장 가장 민감한 단일화 시기 및 방식을 놓고 두 후보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경선 룰 협상을 빠른 시일 내 논의하자는 입장이고, 안 후보 측은 단일화 방식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문 후보 측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은 라디오에 나와 “우선 새정치 공동선언을 신속히 추진하고 그와 동시에 혹은 지체 없이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2주 남짓한 기간에 단일후보 선출을 끝내려면 공동선언문 발표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단일화 방법론을 먼저 꺼내면 될 일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안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구체적으로 앞으로 이룩할 개혁의 모습, 또 연대의 방향을 담고 그것에 국민들께서 동의해 주시면 그 다음에 다른 논의가 진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새 정치 공동선언이 잘 돼야만 단일화 등 다른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