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7) 인도 중부 아샤딥 지역의 생활고
입력 2012-11-07 21:16
“자식들 밥먹일 돈도 없어… 영양실조로 고통”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말디 미나는 37세라고 했지만 혼자서 네 자녀를 키우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50세는 족히 넘어 보였다. 그는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 아샤딥의 시르시다 마을에서 세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큰딸은 지난해 시집보냈다.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이 아닌 돈 때문에 17세 딸을 팔아넘긴 것에 가까웠다.
지난 1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모니터링단과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 미나는 “자식들 밥 먹일 돈도 없다”며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했다. 그는 이웃의 밭일이나 집안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었다. 하루에 50∼60루피(1200원) 정도 버는데 이런 일조차도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두 번 얻는 데 그친다.
세 아들은 이웃이 버린 헌옷을 입고 있었는데 유일한 옷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밥을 먹으러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학교 급식이 하루 끼니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한 달 중 절반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 영양 공급과 위생문제로 면역력이 떨어져 고열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탓이다. 미나는 “총명한 내 아들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학교에 매일 나갈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카찬두르 마을에서 만난 세 살배기 루드라는 아버지 품에 힘없이 안겨 끙끙 앓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3개월 전 현지 월드비전 직원이 루드라를 데려가 건강검진을 받게 했는데 영양실조가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아버지 킬라완 로하르(30)는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다 다리를 다쳐 집에서 아내 대신 루드라를 돌보고 있었다.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이라 일이 생길 때마다 부부가 번갈아 나가는데 일당은 50루피에 불과하다. 로하르는 “아들이 아픈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니 아빠로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나와 로하르네 가족이 사는 아샤딥은 인도 정부의 빈곤감축 사업 대상지역 중 한 곳이다. 비옥한 평야가 끝없이 펼쳐진 농촌지역이지만, 주민 다수가 본인 소유의 농토가 없거나 생산성이 낮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흉작 때는 주민들이 일거리를 찾아 대거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도 한다.
인구 18만여명 중 80%가 빈곤층인 이곳은 교육환경도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파사다 마을에서 초·중·고교 과정을 모두 수용하는 학교를 찾아가보니 건물의 복도 지붕이 통째로 무너져 있었다. 건물이 너무 낡은 탓에 발생한 사고였고 정부에 보수 지원을 요청했는데도 한 달째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전등 하나 없는 건물 속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월드비전은 2005년부터 아샤딥에 사업장을 만들어 지역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샤딥 사업장의 헤멘더 비소이 매니저는 “월드비전은 기독교 단체지만 종교나 성별에 관계없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도우려 노력한다”며 “특히 어린이들의 교육과 건강,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찬두르 마을 유치원의 경우 원생의 30% 이상인 25명이 영양실조 상태였는데, 월드비전이 영양죽 공급 등 건강증진프로그램(IPCH)을 시행한 지 3개월 만에 8명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마을 곳곳에 물탱크와 식수펌프를 설치하고 학교에 담장과 화장실 등을 만들어주는 것도 월드비전의 주요사업이다.
현재 월드비전 아샤딥 사업장에는 4000여명의 어린이가 후원아동으로 등록돼 외부 후원자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비소이 매니저는 “등록아동을 계속 늘려가고는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린이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아샤딥(인도)=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