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대나무숲의 생태 보고서… KBS1 ‘환경스페셜’

입력 2012-11-06 19:11


환경스페셜(KBS1·7일 밤 10시)

대나무 생육 북방한계선이 점점 북상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현상이다. 이제 서울에서도 조릿대 등과 같은 키 작은 대나무과는 쉽게 볼 수 있다. 시인 신석정이 ‘대숲은 좋더라/ 성글어 좋더라/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대숲에 서서’ 중) 하던 나무이다.

‘대숲에 깃들다’ 편은 울산 삼호대숲, 전북 익산 구룡대숲, 경남 거제대숲, 전남 담양대숲 등을 관찰해온 대나무 생태 보고서이다. 선조들은 곧은 대나무 모습과 빈속을 두고 절개와 겸양의 덕을 지녔다고 해서 대나무를 각별히 아껴왔다. 또 대숲은 마을 또는 가옥의 방품림 역할을 했고, 그 대나무를 이용한 생활 소품은 삶을 풍요롭게 했다.

제작진이 찾은 삼호대숲은 ‘대숲에는 범이 살고 뱀이 많다’는 민담을 확인해 주듯 뱀이 많았다. 범은 옛날 얘기다. 뱀만이 아니라 백로, 까마귀, 수리부엉이 등도 서식했다. 거제대숲에는 희귀 생물인 왕산거머리가 발견됐다.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생물이다.

담양대숲을 통해선 1980년 때까지만 해도 ‘생금밭’으로 불리며 농촌의 소득을 높여준 대나무 유통과정 등을 보여준다. 플라스틱 생활필수품이 보편화되기 전 대숲 한 마지기는 논 열 마지기보다 낫다고들 했다. 대나무가 다양한 물건의 재료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또 죽순은 일본에 수출까지 하는 품목이었다.

제작진은 60∼120년 만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대나무의 집단 개화현상도 카메라에 담았다. 설악산 주전골과 신흥사 주변에 핀 조릿대 꽃이었다. 1975년 집단 개화현상이 발견된 이래 처음이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