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野단일화 쇼는 3대 범죄 밀실야합 미사여구 나열”

입력 2012-11-06 22:06

“11월이 너무 빨리 왔다.”

새누리당이 야권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맞이하는 솔직한 심정이다. 대선 판도를 흔들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단일화 이슈에 대해 100% 대응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 측은 국민대통합·정책 행보로 앞서가겠다고 구상했다. 그러나 ‘과거사 늪’에 빠져 주춤거리다 겨우 제 속도를 찾아가는 와중에 단일화가 현실로 닥친 것이다.

새누리당은 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7개항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밀실야합’과 ‘범죄’라는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해 비난을 퍼부었다.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회의는 1위 후보를 꺾기 위한 2, 3위 후보의 밀실야합이다. 합의 내용도 이를 포장하는 미사여구의 나열이라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고 공격했다. 안 대변인은 “두 사람만의 은밀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혹여나 집권 후의 구상, 특히 권력을 어떻게 나눠먹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지 않았는지 우려된다”고 했다.

앞서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본부회의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 회동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인물과 정책 검증이 블랙홀에 빠지고 국민은 중요한 권리를 박탈당하게 됐다”며 “단일화 쇼는 국민과 국가에 대한 3대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시골에서 병아리가 한 마리 깨어날 때도 21일이 걸린다. 문·안 후보의 대통령 만들기는 졸속”이라고 했고, 권영세 종합상황실장도 “참 나쁜 단일화”라고 가세했다.

새누리당은 단일화를 평가절하하면서 동시에 민생행보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는 국정 최우선 과제로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들 삶을 편안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정책통 의원은 “야권이 ‘정치’ 드라마로 국민을 현혹시킬 때 우리는 ‘정책’ 드라마로 정도(正道)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박 후보에게 과감한 행보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경남지사 보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전 대표는 라디오에 나와 “대선 전략이 밋밋하다. 당은 이대로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는 힘들다고 본다. 박 후보가 파격적으로 변신할 필요가 있고 정책에서 파격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길 유성열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