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일화 바람’에 쏠린 선거를 우려한다

입력 2012-11-06 22:13

문재인·안철수 회동에 질문 던지고 정책 따져봐야

대선에 관한 시선이 야권 후보 단일화에 쏠려 있다. 어제 이뤄진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 회동을 계기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야권의 단일후보가 될지, 단일후보가 결정된 뒤 판세는 어떻게 전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것이다.

두 후보가 첫 만남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는 후보 등록 이전에 단일후보를 결정하고,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국민연대가 필요하며, 새 정치 공동선언을 조만간 내놓는다는 것 등이다. 단일후보를 통해 새누리당의 집권을 막자는 게 골자인 셈이다. 단일화 방식 등 구체적인 사안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단일화의 밑그림은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역대 선거를 되돌아볼 때 ‘바람’은 항상 존재했다. 그리고 바람과 조직이 맞붙으면 대체적으로 바람이 승리를 거뒀다. 단일화 바람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바람의 진원지인 무당파(無黨派)들의 정권교체 열망도 큰 상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 우선 단일화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단일화의 목적이 정권교체라고 하는데, 권력 나눠먹기는 아닐까. 두 후보 가운데 단일화 경쟁에서 져 출마조차 못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올 텐데, 이 경우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박탈당하게 되는 건 온당한 것일까. 식언(食言)을 일삼고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별로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과 새 정치를 강조해 온 안 후보가 손을 잡는 건 정당한 일일까.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외교·안보 분야 등 일부 정책방향이 달라 단일화를 통해 집권하면 파열음을 내지 않을까.

나아가 ‘바람 선거’가 바람직한지도 고민해야 한다. 단일화 바람은 단일후보가 결정된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단일후보가 단일화 게임 패자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바람을 일으키려 할 것이란 얘기다. 아직 누가 대선에 나설지 대진표가 짜여지지 않은 현실도 비정상이지만,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바람에 좌지우지돼도 괜찮은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경제문제가 심각하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197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하는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불황 여파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 전망은 더 어둡다. 새 대통령은 불황 타개책을 마련하는 일로 임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장밋빛 공약만 내놓고 있다. 새 대통령이 직면할 통일·외교·안보 환경도 지난한 과제다.

유권자들은 정신을 바싹 차리고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 정책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소중한 한 표가 바람에 날려가게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