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님 코끼리 만지듯한 대선후보들 교육정책
입력 2012-11-06 19:07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갈짓자 행보를 해왔다.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5년지대계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러다보니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가 현행 교육제도를 뒤흔들 공약들을 내놨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5일 과학고를 제외한 외국어고·국제고·자립형사립고 등 특수목적고를 폐지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중장기적으로 수능을 폐지하고 100% 논술 평가를 기반으로 한 내신과 독일과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과목별 논술형 공인시험 제도로 대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문 후보는 아동교육복지기본법을 제정해 유·초등학생까지는 일몰 이후 예체능 이외의 사교육을 막겠다고 밝혔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도 ‘선행교육 금지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 후보는 3289가지에 이르는 복잡한 대입 전형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교육정책은 5000만 국민 대부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수월성 교육을 포기하고 평등성 교육으로 회귀하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은 우려스럽다. 2007년 노무현 정부도 “특목고가 사교육의 원인이며 학생 간 지나친 경쟁을 유발한다”고 특목고 폐지를 추진했다가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특목고가 설립 목적과 다르게 입시학원화되고 있고 이명박 정부 들어 자사고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바람에 정원을 못 채우는 학교들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다. 그렇다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일은 아니다. 우수한 학생들을 더욱 육성시키되 부작용을 개선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망국병’인 사교육 문제 해결에 더욱 관심을 갖고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가량인 20조원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교육비 부담이 가장 높다. 하지만 공교육을 바로 세우지 않고 사교육을 잡겠다는 규제책은 오히려 풍선효과로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위헌소지도 있어 실현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1980년 전두환 정권 때도 과외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2000년 4월 헌법재판소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며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교육개혁은 대학진학률이 80%에 달하는 우리사회의 고학력 인플레이션 문제를 푸는 것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대학 만능주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공교육 바로세우기와 사교육폐지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