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단일화 룰 ‘19일의 전쟁’ 시작…협상방식부터 온도 차
입력 2012-11-07 00:14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야권 단일화 전쟁의 막이 올랐다. 대선후보 등록일(25~26일) 전 단일화는 범야권이 공감하는 최상의 시점이다. ‘등록일 전’을 문 후보 측은 24일, 안 후보 측은 26일로 해석해 미세한 이견을 보였지만 일단 출발이 순조롭다는 평가다.
두 후보 측은 ‘새 정치 공동선언’ 작성을 계기로 실무협상에 착수한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공동선언을 준비하는 실무팀에서 단일화 방식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공동선언을 ‘우선적으로’ 발표한다는 것은 단일화 방식 논의보다 먼저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하며 이견을 보였다.
이처럼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으며 ‘게임의 룰’이 유리해지도록 양측은 19일간 치열한 수 싸움을 펼칠 전망이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단일화 방식이며 양 캠프의 온도차가 감지된다. 문 후보 측은 실무협상을 통해 접점을 마련하자는 입장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비공식 협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양측의 패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유리한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안 후보 캠프는 실무협상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후보 본인에게 맡기려는 기류가 강하다. 캠프 관계자는 “저쪽과 줄다리기하는 실무협상을 하다 보면 단일화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며 “후보끼리 담판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했다. 후보 간 담판으로 룰 협상을 진행할 경우 당에 의존하는 문 후보보다 안 후보가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 후보 측도 후보 간 회동이 더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긴 하다. 캠프 관계자는 “양 캠프가 단일화 방법을 두고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후보가 만나 담판을 짓지 않겠느냐. 최종 합의까지 많으면 후보끼리 2번 정도 더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논의가 잘 되면 후보 등록을 열흘쯤 남겨둔 15일 전후로 두 후보가 2차 회동을 갖고 단일화 방식에 최종 합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 후보 측이 원하는 100% 여론조사가 받아들여지거나, 여론조사에 문 후보 측이 원하는 TV토론 후 패널조사 또는 현장 및 모바일 투표가 가미되는 형식이 채택될 수 있다. 그러나 양측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한두 차례 위기가 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 후보 캠프는 100% 여론조사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안 후보 캠프에선 “단일화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치쇄신이 먼저”라는 주장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안 후보 측이 정치쇄신 요구나 국민적 동의를 이유로 내세워 단일화 논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속공’을 요구하는 문 후보 측과 달리 안 후보 측이 ‘지공’을 쓰면서 막판까지 시간을 끌게 되면 후보 단일화는 100% 여론조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게 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