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사·한수원 직원 공모 가능성…눈감은 당국도 문제
입력 2012-11-07 00:19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부품 공급으로 영광원전 5·6호기의 가동이 중단되자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금품을 받고 공모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수원에서 내부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짝퉁 부품과 중고 부품 납품비리가 연이어 발생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의혹 제기가 무리한 주장은 아니다.
검찰도 내부 직원의 공모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외국기관의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것이 들통 난 원전 부품 공급업체는 8개사로, 2003년부터 올해까지 부품을 공급해 왔다. 최장 10년 동안 위조 사실이 감춰져 왔다는 사실은 한수원 직원의 단순 실수로 보기 힘든 대목이다. 조직적인 묵인이 시도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수원은 비리의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지난 7월 검찰 수사 결과 고리원전의 한 직원은 프랑스 회사가 만든 원전 부품인 ‘밀봉유닛’ 원제품 매뉴얼을 납품업체에 넘겨주고 이를 이용해 업체가 만든 짝퉁 부품을 원전에 납품시켜 준 대가로 8000만원을 받았다가 쇠고랑을 찼다.
고리원전의 저압터빈밸브작동기 등 중고 부품을 납품업체에 빼돌린 뒤 이를 재조립해 새 제품인 것처럼 납품시켜 준 대가로 19억5000여만원을 챙긴 직원도 구속됐다. 납품비리로 받은 검은돈을 나눠 가진 상사와 부하도 있었다.
한수원은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의 고장 사실을 한 달 동안 조직적으로 은폐해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품질검증서 위조 부품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 특수부가 6일 8개 납품업체를 압수수색함에 따라 전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납품업체 대부분은 광주·전남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한수원이 품질검증기관으로 인정하는 해외 12개 기관 중 1곳의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7682개 제품이 납품됐으며 이 가운데 5233개는 원전에 실제로 설치됐다. 대부분(98.4%)은 영광 5·6호기에 사용됐고, 영광 3·4호기와 울진 3호기에도 일부 사용됐다.
검찰은 특히 오랜 기간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점으로 미뤄 원전 측 관계자가 위조 사실을 묵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