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당당히 은퇴 맞겠다” 서장훈 붕대투혼
입력 2012-11-06 18:48
‘국보급 센터’ 서장훈(38)의 붕대 투혼에 프로농구 부산 KT가 부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KT는 지난주까지 4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추락했다. 2010∼2011 시즌 정규리그 우승, 지난 시즌 4강에 진출한 강호라는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하지만 심기일전해 5일까지 3연승하며 공동 7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최근 3연승은 인천 전자랜드, 창원 LG, 울산 모비스라는 강팀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더욱 값진 연승이었다.
KT의 상승세 원동력은 국내 최고령 선수인 서장훈의 활약이 가장 크다. 이번 시즌만 뛰고 은퇴를 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서장훈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팀의 정신력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서울 SK와의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왼쪽 눈 윗부분을 얻어맞은 서장훈은 이후 하얀 붕대를 이마에 동여매고 연일 코트를 누비고 있다. 병원에서 무려 50바늘이나 꿰맨 서장훈은 아직 실밥도 풀지 않았지만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KT의 3연승을 이끌었다. 4일 모비스와의 경기에서는 3점슛 3개를 모두 성공하는 등 개인 시즌 최다인 18점을 넣고 리바운드도 6개를 걷어냈다.
서장훈은 “전창진 감독이 나를 믿고 출전을 시키는데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며 “초반에 팀이 1승6패로 밀리면서 ‘나 때문에 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고 전했다. 박상오, 김영환, 양우섭 등이 팀을 떠나고 김현중, 오용준 등이 들어와 물갈이됐지만 올 시즌 KT의 가장 큰 변화는 서장훈 영입이었기 때문이다.
서장훈은 “시즌 전에 후회 없이, 당당한 모습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이 목표를 지킬 수 있도록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