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채 불똥… 한진·현대 재무개선 비상

입력 2012-11-06 18:37


금융당국이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영구채권의 자본 인정 여부를 놓고 재검토에 들어가자 뒤이어 영구채 발행을 준비 중이던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영구채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이들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은 연내 발행을 목표로 5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해 왔고, 한진해운도 3억∼5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준비해 왔다. 현대그룹 주 계열사인 현대상선 역시 3억∼4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검토해 왔다. 영구채는 만기가 최소 30년 이상이거나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채권으로, 두산인프라코어가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기업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발행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만기가 없어서 일반 회사채와 달리 장부상에 빚으로 표기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자금도 조달하고 부채비율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재약정을 체결한 한진그룹에서도 긍정적으로 발행을 준비해 왔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가 20조3000억원이고, 최근 3년간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00%를 넘는다. 더구나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되면서 마일리지 등도 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이 200% 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금융위원회가 “자본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반대해석을 내놓으면서 이들 기업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구채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굳이 발행할 필요가 없다”며 “일단 8일 한국회계기준원 연석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지켜보고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영구채는 선제적 자금 확보 차원에서 검토했던 것으로, 당장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부족한 유동성은 다른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지만 부채비율이 높아져 재무상황이 나빠지고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며 “해운업체의 경우 업황 자체가 힘들어 영구채 발행에 차질이 생기면 재무관리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