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美 대선] 누가 이기든 ‘갈라진 미국’ 봉합 큰 숙제로 떠안아

입력 2012-11-06 18:37

이번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승자는 분열된 미국 사회라는 짐을 받아들게 될 전망이다.

보스턴글로브는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중 누가 이기든, 승자는 정치 경제 사회 성별 인종으로 분열된 나라를 통치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대선은 미국 정계에서 암묵적으로 금기시돼 왔던 인종 문제가 직접 언급된 선거이기도 하다. 지난달 25일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이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자, 존 수누누 전 뉴햄프셔 주지사는 “그의 인종 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면 자랑스러운 인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문이 일 만한 발언이었지만 오바마 캠프는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인종 이슈가 유리하게 작용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백인 유권자 사이에선 90%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흑인들의 오바마 지지율에 반감도 큰 상황이다. 4년 전 대선에서 오바마는 43%의 백인 표를 얻었지만, 올해 여론조사에서는 37% 남짓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은 백인들로부터 55%의 지지를 얻었으나 올해 롬니 지지율은 60%에 이른다.

언론사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등에 올라오는 인종주의적 게시물도 부쩍 늘었다. 한 트위터리안은 “흑인들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바마를 지지하는데, 백인이라는 이유로 롬니를 지지한다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란 글을 남겼다.

지난 회기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며 비효율의 절정을 보여준 의회의 구태도 여전할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에서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매사 엇박자를 냈던 지난 회기의 반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약간의 차이로 당선된 백악관 주인은 제대로 정책을 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이콥 해커 예일대 교수는 “지금으로선 중산층이나 복지, 세금 문제 등을 해결할 별다른 방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계층 갈등도 격화된 분위기다.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오바마가 승리하면 직원들을 해고할 것”이라는 메일을 보내고, 서민들은 롬니가 저소득층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며 분개한다. 퓨리서치센터는 “정부의 크기나 사회안전망, 이민정책, 환경 등을 둘러싼 이견이 최근 25년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성별 지지율 격차도 20%에 이른다.

새 대통령 당선자의 첫 번째 과제는 경기부양책 마감 시한과 함께 예산이 자동 삭감되는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 해소다. 한 정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동시에 장악하지 않는 한 예산안 합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두 후보는 선거 이후 당파를 뛰어넘는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여기엔 ‘이기면’이란 전제가 붙는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