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팥차 카페’ 여는 한은경씨 “당뇨병 앓는 홀어머니 위해 팥차 개발, 농촌 선교 돕는게 꿈이죠”
입력 2012-11-06 18:26
성결대학교 신학부 3학년 한은경(26·여)씨는 당뇨를 앓는 홀어머니를 위해 ‘팥차’를 개발한 20대 예비 여성 CEO(최고경영자)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사업적 성공이 아니라 사업을 통한 ‘농촌 선교’다.
한씨가 팥차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이다. 당뇨를 앓는 어머니가 당 수치가 높은데도 단 음식을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어느 날 몰래 초콜릿을 드시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고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며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시는 어머니를 붙잡고 ‘마음 놓고 드실 수 있는 단 음식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7세 때 아버지를 여읜 그에게 어머니는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기에 어머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때부터 한씨는 달면서도 당분이 높지 않은 식품을 찾아 나섰다. 인공 첨가물이 없는 농산물,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좋아하는 곡물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1년여 모색 끝에 그의 눈에 들어온 곡물은 팥이었다. 한씨는 어머니가 팥을 자주 드실 수 있도록 팥으로 만든 곡차(穀茶)를 찾았지만 시중에는 팥액만 있고 팥차는 없었다.
팥차 개발을 향한 한씨의 도전이 시작된 건 이 무렵이었다. 각종 곡물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영양학도 공부했다. 팥이 사람의 몸을 차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이를 중화시키는 다른 곡물을 찾기 위해 무작정 동네 한의원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한의사는 한씨에게 ‘현미가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고 귀띔해 주었고 한씨는 팥과 현미를 혼합해 손·발이 찬 사람도 마실 수 있는 팥차를 개발했다.
팥차 개발에 성공한 2010년 봄부터 한씨는 매일 아침 어머니가 새벽예배를 인도하러 가기 전 2리터 용량의 주전자에 팥차를 끓여 드렸다. 어머니는 성도 50여명이 출석하는 서울 개포동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어머니는 단 음식에 손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 수치도 눈에 띄게 내려갔다. 팥차 마시기를 습관화한 지 5개월 만에 어머니는 당뇨약 복용을 중단했다. 당 수치는 지금도 정상인 범주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팥차를 마셔 본 교인들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한씨는 사업화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평가에는 자신이 없었다. 지난해 11∼12월 보온병에 팥차를 담아 서울의 대학가를 찾아 다녔다.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생소한 곡차를 시음해 달라고 하자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태블릿 PC로 개발 과정 등을 설명하자 시음에 응했고 호평을 내놓았다. 이때 만난 대학생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팥차를 사업화하는 원동력이 됐다.
한씨는 지난해 말 지인의 조언을 받아 팥차 특허를 출원했다. ‘레드로즈 빈(REDROSE BEAN)’이라는 상표도 획득했다. ‘붉은 장미콩’이라는 의미다. 지난 5월에는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금상과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금 다음달 말 문을 열 제1호 ‘팥차 카페’를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팥차를 만들 팥을 수확하기 위해 임대한 밭에서 농사도 짓고 있다.
한씨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팥차 사업을 통한 ‘농촌 선교’다. 그는 “교회 친구들과 농활(농촌활동)을 갈 때마다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유통구조 때문에 일하신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을 자주 목격했다”며 “시골 어르신들과 직거래를 통해 어르신들의 수고에 보답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도록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복음이 전해져 농촌 선교에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는 희망도 밝혔다.
한씨는 “요즘 많은 교회들이 카페나 친교실에서 커피를 판매하는데 수입한 원두로 만든 커피보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팥차를 제공하면 더 뜻깊을 것”이라면서 “해외 선교지에서도 팥차가 한국을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