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리퀘스트’ 15주년 … 감동 사연, 책으로 본다

입력 2012-11-06 18:25

“1998년, 제가 열일곱 되던 해입니다. 미용사로 일하던 어머니가 유방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항암치료비 마련을 위해 피자집과 족발집 배달 등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 사연이 방송에 소개되었고 이를 통해 150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받았습니다. 국민들이 걸어온 한 통, 한 통의 전화가 이렇게 큰 사랑이 될 수 있구나, 세상이 나한테만 차갑고 모진 것은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과 KBS가 함께하는 ‘사랑의 리퀘스트 15주년 감동스토리 공모전’의 금상 수상자 임성필씨 사연이다. 방송 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당시 학생이던 임씨는 현재 외국계 회사에 취업해 가정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고2 피자 배달원을 외국계 회사원으로 만든 건 ‘한 통화에 1000원’인 ARS 전화기를 든 익명의 손이었다.

1997년 10월 첫 전파를 탄 ‘사랑의 리퀘스트’가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 통화에 1000원’을 변함없이 지켜오며 지난 9월 말 기준 모두 568억원의 ARS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 후원금은 국민 모두가 한 번씩 사랑의 리퀘스트에 전화를 걸어야 가능한 액수이다. 무통장입금 207억원을 포함, 총 775억원의 후원금이 모아져 4만4000여명의 이웃들에게 희망으로 전달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외환위기로 모두가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던 시기에 대한민국의 따뜻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사랑의 리퀘스트’가 어느덧 방송 15주년을 맞았다”며 “희망의 빛 한 줄기 들지 않던 소년소녀가장과 환아들의 어두운 삶을 밝혀준 것은 한국의 개미 후원자들의 따뜻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 입상작들은 책으로 발간돼 10일 방송 이후 전국 사회복지단체에 배포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