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美 대선] 줄서도 투표 못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주는 웃지못할 촌극, 이번에도
입력 2012-11-06 21:37
각 주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미국식 선거제도가 곳곳에서 웃기 힘든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유권자의 투표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지만, 초접전 승부에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대부분이라 각 당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에서는 조기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상당수가 투표를 하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민주당이 조기투표 연장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으나 공화당 소속인 릭 스콧 주지사는 이 요청을 거부했다. 조기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사는 곳과 직장이 멀리 떨어져 투표소를 찾기 힘든 젊은층이 많고, 민주당 지지자가 상당수다. 민주당이 “주 정부가 의도적으로 투표를 방해한다”며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콧 주지사는 지난해 조기투표 기간을 14일에서 8일로 줄이는 주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허리케인 샌디가 관통하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뉴저지주는 주민들이 이메일로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은 일부 군인 등 특정 계층에 대해 이메일 투표를 허용한 적이 있으나 주 전체에서 대규모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비밀투표 논란은 물론 해커의 공격 우려까지 제기된다. 뉴저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표밭이다.
플로리다 뉴햄프셔 등 경합주를 포함한 30개주에서 새롭게 실시되는 ‘유권자 신분증 확인법’도 변수다. 미국은 투표 전 유권자 등록을 의무화한 대신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는 신분증 없이 투표하는 것을 인정했다. 국가가 신분증을 발급하지 않고 개인이 필요에 따라 운전면허증과 여권 등을 만들어 쓰는 제도 때문이다. 신분증을 갖지 못한 유권자들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저소득층 유색인종이거나 갓 성인이 된 젊은이가 대부분이어서, 새 법은 공화당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도적인 문제점 외에도 대선과 총선, 주 법률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함께 치러질 예정이라 유권자들은 상당한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현지 언론들은 “샌안토니오의 벡사 카운티에서는 적게는 42차례, 많으면 59차례나 터치스크린을 넘겨야 투표를 끝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투표소 줄서기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