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美 대선] 76년 만의 초접전… 3~5% 무당파가 승패 가른다

입력 2012-11-07 00:16


주사위는 던져졌다. 수개월간 유례없는 초박빙의 접전을 펼쳤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6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슈퍼파워 미국을 이끌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 결과에 전 세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6년 만의 초박빙 접전=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후보 간 대선전은 지지율 집계가 시작된 1936년 이후 76년 만에 가장 치열하게 전개됐다.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평균치를 내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투표일 전날 두 후보의 지지율(전국기준) 차이가 0.4% 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과거 가장 치열했던 2000년 대선 당시에도 투표 직전 지지율 차이는 0.6% 포인트였다. 대선 직전 지지율에선 조지 W 부시 승리가 예상됐으나 개표 결과는 뒤바뀌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한 부시였다. 올 대선은 2000년보다 더욱 치열하게 치러진 만큼 최종 결과가 예상보다 늦게 발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여론조사기관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도 박빙이다. 5일 현재 갤럽의 오바마와 롬니 지지율은 49%와 48%였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의 공동 조사결과는 50%대 47%였다.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다.

따라서 대선 승부는 결국 무당파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은 3∼5%에 달한다. 이들이 막판에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초경합주에서 승부가 갈린다. 과거 대선에서도 부동층을 많이 끌어들인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됐다. 2008년 오바마는 부동층 조사에서 8% 포인트 차로 이겼다. 최근 조사에선 오바마와 롬니가 동률이었다가 허리케인 샌디 이후 오바마 쪽으로 근소하게 기울고 있다.

물론 전국 득표율이 높아도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야후뉴스 블로그인 더 시그널은 오바마가 선거인단 300~309명(당선 기준은 270명)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에즈라 클라인은 오바마가 최소 290명을 확보할 것으로 봤다.

◇첫 개표에선 무승부=미 전역에서 처음으로 투·개표가 이뤄져 초미의 관심을 받았던 뉴햄프셔주의 산골마을 딕스빌 노치에선 두 후보가 각각 5표를 얻었다. 유권자 10명 중 2명은 민주당원, 3명은 공화당원, 5명은 무당파였다. 미 대선에서 첫 투표를 하는 전통을 가진 이곳에서 두 후보가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2008년에는 오바마가 이곳에서 1968년 이후 민주당 후보로는 첫 승리를 기록했다. 딕스빌 노치에서 130㎞ 떨어진 하츠 로케이션에선 오바마가 압승을 거뒀다. 오바마는 23표, 롬니는 9표를 얻었다. 뉴햄프셔주는 주민이 100명 미만인 마을에 한해 투표일 0시에 투표를 개시해 곧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서로 다른 투표일 행보=오바마와 롬니는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와 보스턴에서 6일 밤늦게까지 개표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하지만 개표 전까지 두 후보의 일정은 사뭇 다르다. 이미 조기투표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시카고에서 친구들과 농구 경기를 벌였다. 투표일 농구 경기는 오바마에겐 관례다. 2008년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진 것도 투표일 농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이후 저녁에는 캠프 참모, 가족과 함께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파티를 열기로 했다.

롬니 후보는 투표일 오전 주지사를 지냈던 매사추세츠주의 벨몬트 투표장에서 아내 앤과 함께 한 표를 행사했다. 이후 경합주인 오하이오주, 펜실베이니아주를 차례로 방문해 유세를 벌였다. 롬니 캠프는 “투표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혁상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