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공약 검증] 원전·에너지 정책
입력 2012-11-06 21:41
18대 대선에서 누가 당선자가 되든 다음 정부의 에너지부문 정책은 현 정부와 가장 차별화된 분야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국민일보는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에게 각각 원전과 에너지부문에 대한 공약을 물었다. 답변을 중심으로 각 후보의 공약을 분석·평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10대 공약과 답변, 10월 말 환경·에너지 정책토론회에서 오간 각 후보 진영의 발언 등도 참고했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 원전 추가 건설은 신중
새누리당 박근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박 후보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입장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20년간 여러 전력원 간의 믹스(배합비율)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 진영은 환경·에너지 분야 세부 공약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선관위 홈페이지 ‘예비후보자별 정책이슈’에 올린 답변에는 “원자력 발전을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원자력의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박 후보 측은 이어 “에너지 절약과 스마트그리드 등을 통해 현재 선진국보다 높은 1인당 전력소비를 줄이는 한편 다양한 국내외 에너지 자원의 확보 및 개발을 지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으로 정부가 FIT(발전차액지원제)를 버리고 RPS(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택한 것은 “국가 재정 부담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다른 두 후보와 다른 입장이다. FIT는 재생에너지 원가와 시장 전력가격의 차액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부터 FIT 시행을 중단하고 RPS를 도입했다. RPS는 발전 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량을 할당된 비율만큼 채우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박 후보 캠프 일각에서는 FIT도 병행하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윤성규 환경특보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FIT 시행에 따른 전기 매입가격과 시장 가격의 차이는 전기료에 반영되므로 국내와 달리 국고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20%로 산업전기료 즉각 조정
민주통합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탈원전은 에너지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30년까지 전력 수요를 전망치 대비 20% 줄이고, 전력 공급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2%에서 2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에너지다소비형 제조업을 에너지절약형으로 바꾸면 원전 증설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국민일보 질문에 “탈원전 정책을 명확히 표방하고 예산과 정책지원을 재생에너지 쪽으로 돌리겠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반영되면 목표의 상향 조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확대 전략은 민간의 투자 활성화와 정부 지원 강화다. 무엇보다도 “분산형 전력생산·공급을 위해 지역 단위 소규모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FIT를 재도입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생에너지마다 지속가능성이 다르므로 환경건전성, 공동체에 대한 영향 등을 평가해 차별화된 가격과 지원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FIT 부활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입을 배분하는 비율을 조정해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간 13조원 안팎에 이르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입은 80%가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에 배분되고 환경 부문으로는 15%가 배정된다. 교특 배분비율을 줄이고 환경이나 재생에너지 쪽 배분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재생 30%까지 확대 산업용 요금 단계 인상
무소속 안철수
◇무소속 안철수 후보=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호남 서해안과 경남 해상, 및 새만금 일원에 해상 풍력단지를 조성하고, 도서지역을 100% 재생에너지 섬으로 탈바꿈하는 그린아일랜드 사업을 추진한다.
또 ‘1만 햇빛지붕 학교’ 프로젝트를 새로 시행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조합)의 투자 참여에 우선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재생에너지재단의 설립을 추진한다.
신재생 열에너지공급 의무화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이는 문 후보 측이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용건물 자가발전비중 의무화와 비슷한 내용이다. 즉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열과 가스를 이용, 자가발전을 통해 전기사용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충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석유화학, 철강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업종의 대공장에는 대부분 이런 자가발전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한전이 공급하는 산업용, 특히 심야전기요금이 너무 싸므로 이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전력 수요관리를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배출기준과 교통혼잡비용 등을 감안해 수송용 세제를 개편할 계획이다. 문 후보와 마찬가지로 도로건설 등에 편중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출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