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대전 30주년 기념무대 선 이희재&김동수 젊음 유지법
입력 2012-11-06 17:37
우와! 우우! 짝짝짝!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지난달 30일 지식경제부 주최로 펼쳐진 대한민국 패션대전 30주년 기념 특별패션쇼 ‘소통+30’. 막이 오르자마자 마치 아이돌 그룹의 공연장처럼 떠들썩해졌다. 관중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이는 바로 ‘왕년의 모델’ 이희재. 그녀는 춤추듯 경쾌하게 박수소리를 즈려밟고 런웨이를 사뿐사뿐 내디뎠다. 뒤이어 등장한 김동수는 카리스마 있는 워킹으로 환호성에 화답했다.
두 사람을 쇼가 끝난 뒤 백 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옷만 갈아입고 무대화장은 한 채였다. 현재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씨와 사업가로 자리 잡은 김씨. 간간이 무대에 서 온 이들에게도 이날 무대는 각별했다. 그 이유는 바로 30년 전 제1회 패션대전 대상을 수상했던 바로 그 작품을 입고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0년 전에도 모델이었다는 얘기이니 도대체 몇 살일까? 나이를 묻는 질문에 두 사람은 한참 생각했다.
이씨가 “어머 벌써 예순이네요”하자, 김씨는 “언니보다 다섯 살 아래이니 쉰다섯이네요” 한다. 이씨는 1971년 건국대 의상학과 1학년 때 방직협회가 주최한 ‘목화 아가씨’ 선발대회에서 1등으로 뽑혀 모델로 데뷔했다. 김씨는 1979년 미국 LA 국제모델콘테스트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모델을 시작했다.
이들은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세월이 이들만 비껴갈 리는 없다. 30년 전에 입었던 옷을 여전히 멋스럽게 입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두 사람은 운동과 웃음, 바쁘게 열심히 살기를 꼽았다.
이씨는 매일 아침마다 하루 2시간씩 운동을 한다고 했다. 그는 “몸이 좋지 않아 딱 일주일 운동을 쉬었더니 근육이 풀리면서 몸이 처지는 것을 느끼겠더라”고 했다. 김씨도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남편과 아이 돌보느라 시간이 없다는 주부들이 있는데 자신이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활동하던 70∼90년대 ‘예쁜 공주파’ 모델의 대표 주자인 이씨는 물론 못생긴 ‘ET과’ 모델 대장이었던 김씨도 얼굴에는 웃음 주름이 자연스럽게 잡혀 있었다. 이씨는 “몇 해 전 방송에 출연했는데 모니터에 무서운 여자가 비쳐 깜짝 놀랐다”면서 그날 이후부터는 무대에서 워킹 할 때도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고 했다. 김씨는 “혼자 있을 때도 나의 뇌에게 ‘나는 즐겁게 웃고 있다’고 속삭이며 웃곤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1시간 내내 이씨는 목젖이 보일 만큼 입을 활짝 벌린 채 소프라노 톤으로 웃어 제쳤고, 김씨는 소리 없이 함박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웃으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그러면 입가 팔자 주름이 가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몸매뿐만 아니라 피부도 20대 모델 뺨치게 고왔다. 혹시 의학의 도움을? 이씨는 ‘무서워서 엄두도 못 낸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씨는 안구건조증 때문에 눈가를 살짝 집어 올린 시술 외에는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고운 피부의 비결로 이씨는 경락과 철저한 클렌징을, 김씨는 충분한 수분 공급을 꼽았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수분크림을 듬뿍 바른다는 것.
아직도 전성기 때처럼 시선을 의식한다는 이씨는 “가까운 슈퍼에 갈 때도 립스틱은 바르고 간다”고 했다. 김씨는 “적당한 긴장감은 삶의 활력이 된다”면서 열심히 일하다보니 나이들 시간도 없는 같다고 했다. 패션모델이라는 직업을 대중에게 알린 국내 1세대 모델들인 이들은 전성기를 넘긴 40대 이후 더 바쁘게 살아왔다. 이씨는 ‘와이낫’이라는 차밍스쿨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모델학과 교수로, 방송인으로 활동했고, 이제 화가라는 인생 3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김씨도 모델학과 교수, 방송인으로 활동했으며, 1998년 설립한 ㈜이오디김동수 패션컨설팅회사를 계속 운영하면서 의류제작과 패션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두 사람은 책도 여러 권 썼다.
이씨가 ‘걸을 수 있는 한 무대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자 김씨는 ‘지팡이를 짚게 되도 무대에 세우겠다는 디자이너가 있다”고 자랑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