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돈 번 애플, 세금은 푼돈
입력 2012-11-05 19:07
세계에서 가장 주가가 비싼 기업,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기업 애플이 손톱만한 세금만 낸 사실 때문에 논란을 빚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애플이 2012 회계연도(2011년 10월∼2012년 9월)에 해외에서 거둔 수익 중 겨우 1.9%만 세금을 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지난 1년간 해외 수익은 368억 달러(약 40조원)인데 납부한 세금은 7억1300만 달러(약7800억원)로 수익의 1.9%에 불과하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35%다. 애플은 막대한 순익을 얻으면서도 세금은 다른 기업의 20분의 1만 낸 셈이다.
애플의 절세 기법은 ‘더블 아이리시 더치 샌드위치’라 불리는 전통적 방법이다. 애플은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에 ‘애플 오퍼레이션스 인터내셔널’과 ‘애플 세일즈 인터내셔널’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한 뒤 EU 관세동맹 관계인 네덜란드를 활용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보낸 뒤 조세피난처인 카리브해 국가로 다시 옮겨놓는다. 애플이 이렇게 조세피난처에 쌓아둔 돈이 826억 달러(약 90조원)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 모든 과정에서 애플은 조세법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탈세를 저지르지 않았고 단지 세금을 아꼈을 뿐”이라며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법인세를 없애고 주주들에게 자본소득세를 부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두둔했다. 하지만 미 재무부 분석가를 지낸 마틴 설리번은 “기업이 세금을 적게 내면 결국 나머지 국민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다국적기업도 마찬가지다. 영국 언론들은 미국 내 톱5에 드는 구글·아마존·스타벅스·페이스북이 지난 4년 동안 영국에서 31억 파운드(약 5조원) 매출에 3000만 파운드(약 524억원)의 세금만 냈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