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군부관계 친밀”… 곱지않은 미국의 시선

입력 2012-11-05 21:15

최고 지도부 교체를 앞둔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편치 않다. 미 대통령 선거 이틀 뒤인 8일 개막할 제18차 당 대회에서 최고 권좌에 오르는 시진핑(習近平)과의 관계 정립에 긴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중국 군부와 태생적으로 친밀한 시 부주석으로 인해 앞으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특히 시진핑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보다 군부와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시 부주석은 당 고위 간부 자제들 계파인 이른바 태자당 출신이다. 과거 문화혁명 시절 당 고위 간부 자제들이 대거 군에 입대한 만큼 시 부주석은 군 고위층이 된 태자당 인사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시진핑은 지방 관료를 지내며 인민해방군 지원 업무를 맡아 군사행정에도 정통하다. 이런 시진핑이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이어받는다면 명실상부한 군 최고 수장으로서 힘이 실리게 된다. 신문은 정치권력을 장악한 시진핑이 군권까지 대표하게 되면 미국으로선 상대하기 쉽지 않은 강력한 지도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이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2년 뒤 이어받더라도 최소 8년은 군 최고 수장으로서 대외관계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시진핑 체제에선 중국 군부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 부주석은 이미 중·미 양국 관계가 원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워싱턴에선 “양국이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시진핑이 미국에 대한 도전을 암시했다”며 “미국은 중국과 세계 권력을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4일 단행된 중앙군사위 부주석 인사가 후 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간 막후 거래에 의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중국 군권의 흐름 역시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두 명의 신임 부주석 가운데 쉬치량(許其亮) 전 공군사령원(사령관)은 1980년대 장쩌민이 상하이 시장을 지낼 때 상하이에서 장교로 복무하면서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판창룽(范長龍) 지난군구사령원이 군사위 부주석으로 올라선 것도 후 주석과 장 전 주석 사이의 막후 거래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후진타오가 쉬치량을 군사위 부주석에 임명해 공군 중시를 천명하는 것 외에 장쩌민 측을 배려하는 효과도 거뒀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군사위 주석 직위 연장에 대한 반발을 무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판창룽은 군사위 부주석직에서 물러난 쉬차이허우(徐才厚)가 이끄는 선양군구 중심의 군내 ‘동북군벌’ 핵심 구성원으로 꼽힌다. 군사위 부주석 경쟁에서 밀린 유인우주선공정총지휘관 창완취안(常萬全) 상장(대장격)은 량광례(梁光烈)의 후임 국방부장이 유력하다.

구성찬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