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에 상생·협력 수혈… 협동조합 뜬다
입력 2012-11-05 18:51
경제민주화 시대를 맞아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가 골목 빵집과 슈퍼마켓을 장악하고,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협동조합은 상생과 풀뿌리 경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야가 지난해 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협동조합기본법’이 다음 달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이기도 하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5인 이상이 모여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다. 지금까지는 300명 이상이 모였을 때만 조합을 세울 수 있었다. 소비자 공동구매, 공동육아, 재래시장, 취약계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진다.
협동조합은 공동 소유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윤 추구와 주주 이익 확대를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과 구분된다. 예를 들어 매출이 100원이고 생산비용이 75원이라면 일반 기업의 경우 나머지 25원은 이윤으로 투자자의 몫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잉여금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조합에서 거래하는 상품의 판매가격을 낮춰 싸게 팔 수도 있고, 직원들의 급여를 올릴 수도 있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익사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협동조합이 ‘제3 섹터’의 예로 부각되는 것도 시장과 정부가 책임지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상생과 협력이 바탕이 된 경제영역을 만들자는 설립목적 덕분이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은 의결권 등 참여방식에서도 주식회사 식 ‘1주 1표’가 아닌 ‘1인 1표’를 표방한다.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취약계층 고용이나 지역사회 서비스 등 공익활동이 전체의 40%를 넘어야 한다. 일반 협동조합은 시·도 단체장에게 신고하는 절차만으로 설립할 수 있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은 관련 행정부처가 두 달간 심사를 한 후 인가한다.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노숙인 자활사업과 장애인 복지사업 등 다양한 사회참여활동을 하고 있는 기독교 자선단체나 교회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기획재정부 협동조합법준비기획단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에 부여되는 세재 혜택을 협동조합에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용 확대 측면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높다.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 소규모 창업이 쉬워져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고용 안정성도 높아져 취업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가 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