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과장’ 현대차 후폭풍 거세다

입력 2012-11-05 21:14

‘연비 과장’이라는 암초를 만난 현대·기아차가 즉각 사과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으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7.21% 하락한 19만9500원에 마감됐다. 현대차 주가가 20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10월 초 이후 처음이다. 기아차 주가도 6.94%나 빠졌다. 북미 시장에서 판매 중인 2011∼2013년형 현대·기아차 모델 20종 중 산타페·스포티지 등 13종의 연비가 과장됐다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조사 결과가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건이 품질 문제가 아닌 데다 안전과 상관이 없어 도요타 리콜 사태처럼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4일자로 즉각 사과 광고를 게재하는 등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또 미국 90만대, 캐나다 12만대 등 총 102만대의 소유주에게 보상금으로 1인당 평균 연간 88달러(첫해 기준)를 지급할 계획이다. 비록 품질 및 안전과는 상관없지만 안전 문제에 준하는 위기 대응으로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막으려는 것이다. 2009년 당시 도요타가 가속페달이 운전자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은폐와 늑장 대처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은 것이다.

현대차는 미국 연비와 달리 국내 연비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등 국내 시장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미국 환경청과 주행저항 테스트의 해석 차이로 난 연비 오류였고 국내 연비 기준은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건이 미 정부가 세계경기 악화에도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를 집중 견제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한다. 또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만큼 충분히 다른 문제도 더 많이 제기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품질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