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인왕 서건창… 악바리 근성으로 화려한 재기
입력 2012-11-05 18:36
넥센 넉넉한 가을… “뿌린대로 거두었다”
허구한 날 먹은 눈물 젖은 빵은 보약이 됐다. 그 보약은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달콤한 열매로 이어졌다. 2군선수를 전전했던 박병호(26)와 신고선수로 눈물을 흘렸던 서건창(23·이상 넥센) 얘기다. 박병호와 서건창은 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시상식’에서 각각 MVP와 신인왕의 영예를 안으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홈런(31개), 타점(105개), 장타율(0.561)까지 타격 3관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표 91표 가운데 과반이 넘는 73표의 몰표를 얻었고, 타율 0.266에 도루 부문 2위(39개), 득점 8위(70점)를 기록한 서건창은 무려 79표를 획득했다. 두 선수를 키운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올해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배출했다. MVP와 신인왕을 한 팀 선수가 동시에 수상한 경우는 이번이 5번째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이 좌절된 팀에서 함께 나오기는 넥센이 처음이다.
“야구장에서 악바리처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잘 봐 주신 것 같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서건창이 신인왕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그는 신고선수(KBO에 등록되지 못하고 선수로 신고만 되어 있는 선수) 테스트를 받던 철저한 무명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 광주일고를 졸업한 그는 작은 체구 탓에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겨우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1경기 1타수 무안타라는 초라한 1군 기록을 남긴 채 1년 만에 방출됐다. 게다가 야구를 하면서 군 복무를 마치기 위해 경찰청에 지원했지만 이마저 떨어졌다. 현역에 입대하면서 사실상 선수생활이 끝났지만 그는 오히려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 후 기회를 노리던 그는 신생 구단 NC 입단 테스트를 준비했다. 그런데, NC보다 먼저 넥센에서도 입단 테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먼저 지원했다.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했던 그는 테스트에서 죽기살기로 뛰었다. 그리고 합격했다.
넥센에 입단한 이후는 순조로웠다. 그의 재능과 노력을 알아본 박흥식 타격코치와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은 개막 이틀 전 부상을 당한 주전 2루수 김민성의 자리에 그를 넣었다. 운 좋게 기회를 잡은 그는 그동안 목말랐던 야구 열정을 그라운드에 토해냈다. 아무래도 첫 풀타임 출장이라 시즌 중반 페이스가 다소 흐트러지긴 했으나 올 시즌 신인들 가운데선 독보적이었다.
그는 시상식에서 넥센 지도자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한 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나를 뒷바라지 하시느라 어머니가 고생을 참 많이 하셨는데, 이제부터 열심히 효도하겠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