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MVP 박병호… 만년 유망주서 간판 스타로
입력 2012-11-05 18:35
넥센 넉넉한 가을… “뿌린대로 거두었다”
허구한 날 먹은 눈물 젖은 빵은 보약이 됐다. 그 보약은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달콤한 열매로 이어졌다. 2군선수를 전전했던 박병호(26)와 신고선수로 눈물을 흘렸던 서건창(23·이상 넥센) 얘기다. 박병호와 서건창은 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시상식’에서 각각 MVP와 신인왕의 영예를 안으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홈런(31개), 타점(105개), 장타율(0.561)까지 타격 3관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표 91표 가운데 과반이 넘는 73표의 몰표를 얻었고, 타율 0.266에 도루 부문 2위(39개), 득점 8위(70점)를 기록한 서건창은 무려 79표를 획득했다. 두 선수를 키운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올해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배출했다. MVP와 신인왕을 한 팀 선수가 동시에 수상한 경우는 이번이 5번째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이 좌절된 팀에서 함께 나오기는 넥센이 처음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상은 꿈도 못꾸던 선수였습니다.”
그랬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가 된 박병호는 지난해까지 ‘만년 유망주’라는 멍에를 떨치지 못하고 2군을 전전하던 선수였다. 실제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차세대 거포로 인정받고 2005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의 높은 벽은 높았다. 2군 경기에선 잘 쳤지만 1군에 올라가면 죽을 쒔다. 2008년 상무 야구단에서 전역하고 팀에 복귀했지만 힘든 생활은 계속됐다. ‘나는 2군 선수인가. 난 야구를 못 하는 선수인가. 야구를 그만 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왔다.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일에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것이 터닝포인트였다. 박병호의 잠재력을 알아본 당시 넥센 김시진 감독의 끈질긴 요청 때문이었다. 이후 박병호는 김 감독의 배려로 꾸준히 4번 타자로 출전했고 홈런 13방을 쏘아올리며 가능성을 알렸다. 그리고 올해 박흥식 타격코치와 찰떡궁합을 이루며 타격에 눈을 떴다. 방망이를 드는 위치를 기존 어깨 쪽에서 귀 쪽으로 올려 타격폼을 수정해 밀어서도 홈런을 터뜨릴 정도로 타격 기술이 눈에 띄게 좋아진 박병호는 올 시즌 목표였던 25홈런-80타점을 훌쩍 넘어 30홈런과 100타점을 돌파했다.
올 시즌 박병호의 홈런은 34개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LG에서 친 홈런(24개) 보다 많았다. 또 처음으로 전경기 출장이라는 기록도 이뤘다.
이날 타격 부문 3관왕을 더해 2900만원을 받은 박병호는 “아버지께서 현재 보유한 자동차를 30만㎞ 이상을 타셔서 상금 나오면 차 바꾸는데 보태 쓰시라고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독한 훈련벌레인 그는 “내일도 목동구장에 나가 운동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