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安,민주당 심장 광주서 제안… 한 편의 정교한 시나리오
입력 2012-11-05 22:08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5일 단일화 회동 제안은 한 편의 정교한 시나리오를 보는 듯했다.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심장인 광주를 무대로 택했다. 단일화 승패가 걸린 호남 표심의 복판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답을 내놓았다. 시점은 예상보다 빨랐다. 11일 정책공약집 발표 후에나 이런 제안이 나올 줄 알았던 유권자들은 보기 좋게 허를 찔렸고 그만큼 파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줄기차게 단일화를 제안한 쪽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다. 빨리 협의를 시작하자는 민주당의 숱한 요구를 안 후보는 애써 모른 척해 왔다. 그러다 전격적인 제안 하나로 그는 ‘단일화의 물꼬를 튼’ 후보가 됐다. 이로써 호남 지지율에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 후보의 전남대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강연 직전까지도 안 후보가 (단일화 언급을 할지 말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극적인 결단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단일화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밀하게 준비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먼저 단일화 얘기를 꺼내며 주도권을 쥐려한 문 후보에게 안 후보는 정교한 ‘제안 이벤트’로 맞선 것이다. 안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제부터 중요한 건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느냐다. 우리는 능동적으로 단일화를 주도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강연에서 “다윗이 결국 골리앗을 이겼듯 큰 변화는 이미 일어났다”면서 9월 19일 출마선언 이후의 자신이 이끌어낸 ‘세 가지 변화’를 열거했다. 그는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을 깼고, 정당혁신 과제를 선거 의제로 만들었으며, 네거티브·흑색선전이 소용없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새누리당의 집권 5년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생이 파탄나고 평화가 위협받은 거꾸로 가는 5년이었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지난 5년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을 본 적 있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호남 유권자들을 향해 “1997년 국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택한 이유는 바로 변화였다. 2012년에 1997년 같은 새로운 변화가 재현되기를 바란다. 광주가 그 씨앗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안 후보는 광주도시공사에 있는 ‘트라우마센터’를 찾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및 유족과 간담회를 갖고 “그분들(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덕에 우리가 민주화 혜택을 입고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광주=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