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봉중근의 애끊는 사부곡… 아름다운 부자시구 추억 남겨

입력 2012-11-05 18:36

“아버지, 조금만 더 힘내요. 사랑해요.”

트위터에 올린 아들의 간절한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LG의 좌완 에이스 봉중근(32)의 아버지 봉동식(71)씨가 5일 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봉씨는 지난 9월 21일 아픈 몸을 이끌고 잠실구장을 찾아 시구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시구는 봉중근이 아버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구단에 요청해 이뤄졌다. 당시 봉중근은 “아버지가 누나들과 나를 키우시느라 바쁘셔서 캐치볼 한 번 함께 하지 못했다. 상상만 했던 시간이 이뤄졌다”며 감격해 했다. 아버지의 공을 봉중근이 홈플레이트에서 받는 모습은 팬들에게도 큰 감동을 줬다.

봉중근에게 아버지는 애틋한 존재였다. 1남3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한 봉중근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졸라 야구를 시작했다. 택시 운전을 하는 아버지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아들의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리고 이런 아버지 덕택에 아들은 18세의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2003년 아버지의 대장암 발병 소식을 접한 봉중근은 고민 끝에 2006년 신시내티 구단에 편지를 썼다. “저에게는 아픈 아버지가 계십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는 내용의 편지에 감명받은 구단이 유망주 봉중근을 놓아준 얘기는 유명하다.

봉중근은 국내로 돌아와 LG 입단 이후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미국에서 못 다한 효도를 했다. 특히 아버지를 위해 2009년에는 대장암 퇴치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아버지는 오랜 세월 병상에 있어야 했다. 올 시즌 수술과 재활을 거쳐 마무리투수로 변신한 봉중근에겐 경기가 끝난 뒤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것으로 마지막 효도를 한 봉중근은 “아버지는 내겐 너무나 소중한 분이셨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