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묻지마 예산’ 특수활동비 4년 만에 늘린다
입력 2012-11-05 21:30
정부가 4년 만에 특수활동비 인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특수활동비는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정부기관들이 정보 수집이나 사건 수사 등에 사용하는 경비로 영수증 없이 쓸 수 있어 ‘묻지마 예산’으로 불린다.
기획재정부가 민주통합당 박민수 의원실에 제출한 ‘08년 이후 부처별 특수활동비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특수활동비로 8553억3600만원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2%(171억2800만원) 인상된 액수다.
특수활동비는 예산 집행을 둘러싼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2009년 8623억6000만원(전년 대비 1.3% 인상)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 2년 동안 1% 안팎으로 감소해 왔다. 연도별로는 2008년 8509억8500만원(+4.6%), 2010년 8614억3700만원(-0.1%), 2011년 8504억5200만원(-1.3%), 올해 8382억800만원(-1.4%) 등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는 특수활동비 횡령이 드러나기도 했다.
내년도에는 국방부가 10%(163억4500만원)를 올려 가장 큰 인상률을 보였다. 이어 국정원 32억8200만원, 통일부 2억6800만원, 교육과학기술부 4700만원, 국세청 4200만원씩 증가했다.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도 소폭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처음으로 특수활동비 1억원을 편성했다. 국회와 감사원 외교통상부 등이 꾸준히 특수활동비를 줄이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가 특수활동비 명목을 아예 없앤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에 대한 예산안 심사에서 “기밀유지 조사를 하는 경우가 있느냐”면서 공정거래위 몫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전액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국정원이 전체의 55.2%(4722억7900만원)이며 국방부 1738억4800만원, 경찰청 1205억원, 대통령실 256억9600만원 순이다. 박 의원은 “정부의 예산 편성부터 국회 예산결산 심사에 이르기까지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가능한 한 업무추진비로 편성하고 특수활동비를 점차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