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5·6호기 가동 중단… ‘위조 부품’ 수천개 사용
입력 2012-11-05 18:56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원자력 발전소에 대량 공급된 사실이 드러나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 당국은 이들 부품이 사용된 영광 5·6호기를 정지하고 해당 부품을 교체키로 해 겨울철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식경제부는 원전 부품 공급 업체 8곳이 외국 기관에서 발급하는 품질검증서를 위조해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 발표했다. 문제의 부품은 퓨즈, 스위치 등으로 높은 안전 등급을 요구하는 설비에 들어간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위조 검증서를 이용해 237개 품목 7682개 제품이 납품됐으며 그 가운데 136개 품목 5233개 제품이 실제 원전에 사용됐다. 문제의 부품 98.2%가 영광 5·6호기에 설치됐으며 영광 3·4호기와 울진 3호기에도 수십개씩 사용됐다. 이들 부품은 원전에 사용되는 안전한 부품을 구하기 어려울 때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친 일반 산업용 제품을 쓰도록 인정하는 ‘일반 규격품 품질검증 제도’가 악용돼 납품됐다. 전체 공급가액은 8억2000만원이다.
한수원은 영광 원전 2기를 정지하고 부품을 교체한다. 가동정지 기간은 일단 연말까지로 예상하고 있다. 영광 3·4호기, 울진 3호기는 가동을 하면서 부품을 교체한다.
67만9000㎾급 월성 1호기가 지난달 29일 발전을 중단했고, 100만㎾급인 영광 원전 2기도 멈춰 전력 공급 능력이 260만㎾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 겨울 한파가 닥칠 경우 동계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전력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예비전력이 230만㎾ 수준까지 떨어지는 동절기에 영광 5·6호기가 멈춰 30만㎾까지 급락할 수도 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산업용은 강제절약 목표 같은 것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기관의 비상발전기를 총동원해 공급 능력을 최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전력거래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전력수급대책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지경부와 한수원 등 전력 당국은 광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한수원 직원들이 부품 업체와 짜고 미검증 부품을 납품받았는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납품 업체가 제시한 품질검증서만 보고 추가 확인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대대적인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