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 새 국면 맞았지만
입력 2012-11-05 19:12
승리지상주의에 빠진 정치공학적 접근은 곤란
꽉 막혀 있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 야권후보 단일화 문제의 물꼬가 트였다. 안 후보가 어제 전남대 초청강연에서 문 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제의하자, 문 후보가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혀 오늘 배석자 없이 만나기로 했다. 두 후보가 어떤 합의를 도출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올 대선의 최대 변수인 단일화와 관련해 안 후보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기득권 세력을 이길 수 있는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가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가 그것이다. 애매한 면이 없지 않지만, 정치혁신을 비롯해 두 후보가 공유하는 비전과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함으로써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단일화여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 후보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 단일화 논의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렇다고 조만간 단일후보가 정해질 것으로 보기는 이른 듯하다. 세 가지 원칙 가운데 기득권 세력을 이길 수 있는 단일화와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는 안 후보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지지율은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앞서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낫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기득권 세력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안 후보가 높다는 뜻이다. 또 문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 맞붙을 경우 ‘박정희 대 노무현 대결’이라는 ‘과거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와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문 후보는 제1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국정운영에 참여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안 후보에게 없는 강점이다. 문 후보는 여기에다 국회 뒷받침 없이 국정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들어 단일화 논의의 주도권을 쥐려 할 공산이 있다.
조기 단일화의 걸림돌은 또 있다.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많은 점을 근거로 ‘야권 단일후보=차기 대통령’이라는 섣부른 전망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단일화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단일화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 승리지상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는 얘기다. 정권교체를 위해 누가 야권 대표주자가 될지 오리무중인 상태를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시키는 것은 새로운 정치가 아니다. 구태요, 권력 야합으로 비쳐질 수 있다.
두 후보는 감동을 주는 단일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단일화를 통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갈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단일화 경쟁에서 패한 쪽도 국정에 참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공동정부를 운영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놔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기다려온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5일로 대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왔다. 두 후보는 단일화의 속도를 더 내야 한다. 단일화 게임이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