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때문에 이혼?… 부부 갈등 요인으로 급부상
입력 2012-11-04 19:57
TV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한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는 한창 인기몰이 중이지만 실생활에서 애완견은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2006년 결혼한 A씨(39)의 아내는 미국에서 혼자 유학생활을 할 때부터 개를 키웠다. 신혼 초 A씨는 홧김에 아내의 개를 때렸다가 아내와 심하게 다퉜다. 이후 A씨는 아내가 연락 없이 늦게 귀가하거나 집안일을 소홀히 하게 하면 자기도 모르게 개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럴수록 아내는 A씨를 더 비난했고 두 사람은 점점 더 멀어졌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9월 중순 “혼인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며 A씨 부부의 이혼을 선고했다.
B씨(36)는 시어머니가 키우던 애완견 때문에 남편과 헤어졌다. 2007년 결혼한 B씨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 인공수정 시술로 간신히 임신을 했지만 가족들은 무관심했다. 애완견이 임산부나 신생아에게 해롭다는 이야기를 들은 B씨는 개를 다른 곳에 보내길 부탁했지만 시어머니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남편은 B씨를 위로하기는커녕 대수롭지 않게 이를 넘겼다. B씨는 올해 7월 남편과 완전히 갈라섰다.
C씨(61)는 지난해 2월 40년 가까이 살아온 남편과 헤어졌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했을 때 식당일 등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두 자녀를 길렀지만 남편은 그런 C씨를 한번도 인정해주지 않았다. 2009년 C씨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보다 애완견을 더 걱정했다. “개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너한테 벌을 주겠다” “나랑 개가 편하게 지내도록 이 집에서 나가라”는 등의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아내는 ‘내가 남편에게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했다. C씨는 결국 가출했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이혼소송 판결문에는 애완견이 부부 갈등의 요소로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이혼소송 전문인 오인영 변호사는 4일 “부부가 결혼 전 애완견 양육 방식에 대해 합의하고, 이 범위 안에서 키워야 부부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