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 그림이야?… 박여숙화랑서 11월 8∼22일 강강훈 작가 개인전
입력 2012-11-04 19:58
관람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른다. “그림인가? 사진인가?”라며. 극사실주의(하이퍼 리얼리즘)를 추구하는 강강훈(33) 작가의 사진 같은 그림이다. 얼굴에 난 솜털과 땀구멍까지 세밀하게 그려내는 그의 개인전이 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린다. 작가 자신이나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을 코믹하게 표현한 ‘모던 보이’ ‘모던 레이디’ 연작을 선보인다.
공학도를 꿈꾸다 미술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미술대학(경희대 서양화과)으로 진로를 바꾼 작가는 2008년부터 박여숙화랑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유수의 국제아트페어에서 ‘솔드아웃(매진)’을 기록하고, 미국 뉴욕 크리스티 등 미술품 국제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등 한국 현대미술의 극사실 회화를 이끄는 유망 작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08년 한국화랑미술협회(KIAF)와 독일 베를린화랑협회(LVBG)가 공동 주관한 ‘5인 선정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심사 평가 1위를 차지하고, 이 기간에 열린 국제세미나 ‘아트포럼 베를린’에 레지던시 작가 중 유일하게 초청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얼마 전 개최된 ‘2012 아트홍콩’에서 주최 측의 러브 콜을 받아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이후 갖는 첫 국내전이기에 특히 기대된다.
작가는 감정을 배제하는 극사실화의 일반적인 개념과는 달리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인물에 표정과 감각적인 느낌을 불어넣는다. 페인팅을 하기 전 모델을 대상으로 먼저 수천 장의 사진을 찍는다. 미리 정해놓은 콘셉트와 소품으로 사진 속 모델의 내면세계를 이끌어내 작가와의 감성적 교감이 이루어진 컷만을 골라 실제 작품으로 활용한다.
작품 속에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현대인들이 등장한다. 풍족한 가운데서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불안과 고독을 ‘모던 데이’라는 타이틀로 표현하고 있다. 인물과 함께 그려진 맥주 캔, 헤드 셋, 파이프 등 소품들은 현대인들의 복잡한 내면을 세련된 감각으로 환치시키는 장치다.
인물의 이면에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한다. 광대처럼 모든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상황과 드러내고 싶어도 메시지가 차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의 대립이다. 이는 현대인의 이중적 자아대립의 구도를 그림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삶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1983년 개관한 박여숙화랑은 근·현대 작가의 전시는 물론이고 젊고 역량 있는 신인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다. 해외 작가들의 국내 전시를 통해 미술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한국 작가의 해외전시를 주선해 한국미술의 세계화에 공헌하면서 국제적인 작가로 배출하고 있다. 2007년 제주도에 주말 홈 갤러리를 열어 생활 속에서 미술을 즐기는 기회를 제공했다. 내년에는 개관 30주년을 맞아 ‘한국의 色, 한국인의 색감’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02-549-7575).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