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김영미 ‘동물로 담은 실존의 우리들’] 동물로 인간을 비틀어 세상살이 이면을 드러내다

입력 2012-11-04 19:57


동물을 우화적으로 그리는 김영미(51) 작가는 가을만 되면 쓸쓸하고 외롭다. 홀어머니를 모시며 여류작가로 활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서울 성산동 작업실에서 매일같이 혼자 캔버스와 마주하며 붓질하다 보면 고독이란 놈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2층에서 열리는 개인전 때문이다.

작가는 동물에 애정을 갖는다. 그냥 동물이 아니라 인간을 닮은 동물이다. 그래서 전시 타이틀이 ‘동물로 담은 실존의 우리들’이다. 동물의 애환을 인간의 삶에 비유했다는 얘기다. 화사한 패션의 남녀가 벤치에 다정하게 앉아 있는 ‘봄날은 간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주는 집’, 동물들이 책읽기에 열중하는 ‘서가의 책벌레’ 등이 재미있다.

화법(畵法)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년 넘게 수묵 그림을 그렸다. 주말마다 작업실에서 모델을 대상으로 누드 크로키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의 그림은 이런 이력이 올올이 쌓여 붓질에 힘이 넘친다. 동물들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고독과 불안에 머물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염원하는 현대 도시인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원광대 동양화과와 홍익대 대학원을 나온 작가는 미술계 선후배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한편 자신의 호를 딴 ‘지우사랑’이라는 후원회가 있을 만큼 폭넓은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후원회에는 회장인 조희문 한국외대 교수를 비롯해 오재창 정승희 변호사 등 각계 인사 2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열정적이면서도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작가의 성품 덕분이다.

2005년 이후 7년 만에 인사동에서 전시를 갖는 작가는 “삶의 풍경이 때론 살갑지만 때론 비애이기도 하다. 이전 작업이 인체를 통해 우리 모습을 보여줬다면 요즘 작품은 동물로 인간을 비틀어 세상살이의 이면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인간을 희화화한 동물 그림을 통해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반추하게 한다(02-736-102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