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권자 감성에 호소하는 공약 우려스럽다
입력 2012-11-04 19:44
지역·계층갈등 부추길 정책 애초에 꺼내지 말아야
새누리당이 다시 신공항 문제를 대선 공약으로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최근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대형 보의 철거를 검토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특정 지역, 특정 계층의 감성에 호소하는 정책이나 공약은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높으므로 자제해야 마땅하다.
새누리당 부산 출신 의원 등은 지난 2일 가덕도 신공항 유치 등 10개 공약을 박근혜 후보에게 전달하고 대선 공약으로 채택해줄 것으로 강력하게 요청했다. 박 후보는 즉답을 하지 않고 충분히 논의한 다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대선 주요 지역으로 떠오른 부산에서의 득표를 위해 신공항 유치 공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공항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사안이다. 지난해 3월 전문가들로 구성된 입지평가위가 ‘경제성 미흡 등으로 사업추진이 적합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지역의 불만이 표출됐고 이 대통령은 대국민 약속을 어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런 정책이 대선 공약으로 재등장하면 안 된다. 또다시 지역 갈등이 불거져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이 16개 4대강 보의 철거와 습지 복원을 검토키로 한 것도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 22조원이나 투입된 국책 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사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거치겠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숙성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충분한 기간을 기다리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전 정권의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장 보를 허문다면 그동안 들어간 국민 세금은 일시에 허공에 날아가게 되고 철거에 또다시 거액이 들게 된다. 철거를 하려면 건설했던 때보다 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지역개발 공약을 내놓거나 기존의 사업을 뒤집을 때는 유권자의 정서보다는 냉철한 경제논리를 우선해야 한다. 각 후보들이 지역 개발을 공약화하는 것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국가 전체를 위해 유의미한 이득이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일본의 여당인 민주당이 2009년 총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사죄를 조만간 실시될 중의원 선거운동의 출발점으로 삼기로 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무상복지 공약 등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으나 재정난에 몰려 170건의 공약 가운데 70%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각 대선 캠프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가지도자는 지역의 갈등을 이성과 상식에 따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지도자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대선 후보들이라면 지역감정이나 특정 계층의 정서에 편승하는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국민 갈등을 조장할 공약이라면 애초 내걸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