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부양 언제까지 가족에만 맡길텐가
입력 2012-11-04 19:42
보건사회연구원이 어제 내놓은 ‘노인 기능상태·수발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665명의 인지기능을 검사한 결과 응답자 8851명 가운데 28.5%가 ‘인지기능 저하’ 판정을 받았다. 노인 4명 중 1명은 치매가 의심된다는 얘기다. 수발이 필요한 노인의 72.1%는 가족이 돌보고 있으며 이 중 배우자 비중이 53.0%로 가장 많았다. 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7∼8월 전국 65세 이상 남녀 노인 2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30.6%가 소외감을 느끼고 있으며, 30.4%는 독거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뒷바라지에 평생을 다 바치고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대한민국 노년들의 서글픈 현주소다. 물질주의 심화와 가족해체로 가난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자식들은 직접 모시기보다 요양원에 의탁하는 편리함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 노인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얼마 전에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오랫동안 간병하다 지친 70대 노인이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투신자살하려고 했던 사건이 일어났다.
더 이상 노인부양 문제를 가족 부담으로만 놔둬선 안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1.4%지만 2016년에는 659만명으로 늘어 유소년인구 654만명을 앞지르고 2026년이면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멀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걸음마 수준인 노인복지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2008년 7월부터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 등을 지원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 중이지만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실제 혜택을 받은 사람은 2.2%에 불과했다. 장애 1∼3등급을 받은 노인에게만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치매환자의 경우 53만여명에 달하지만 국가가 지원하는 요양시설과 간병인의 돌봄을 받는 비율은 28%에 그친다.
복지제도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도와 사회참여를 높이기 위해 정년연장과 은퇴 후 사회참여 프로그램 등 경제적·사회적 정책지원도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30.5%에 불과하다. 10명 중 7명은 일자리가 없는 셈이다.
대선후보들은 표만 노린 선심성 공약을 집어치우고 노인복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를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고 연금액을 몇 푼 더 주겠다는 발상은 ‘무덤까지’ 책임지겠다는 노인복지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며 나라재정만 거덜 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