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 전세계에 인터넷 무료강의

입력 2012-11-04 19:38

미국 메릴랜드주 존스홉킨스대에서 브라이언 카포 교수가 가르치는 ‘수학적 생물통계학 입문’은 수강생이 7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올가을 학기, 이 수업은 1만5000명이 듣는다. 폴란드의 파트리샤 야블론스카, 레바논의 호마마드 히자지도 세계 최고 의대인 존스홉킨스대 강의를 신청했다. 볼티모어의 캠퍼스에는 오지 않는다. 인터넷 사이트 ‘코서라(Coursera)’에서 무료로 수강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온라인 무료 대학강의가 올해 들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대와 메릴랜드대 등 미국 명문대 33곳이 온라인 무료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수강생은 170만명을 넘어섰다. 비영리기관 에드엑스(edX)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 UC버클리의 강의가 올라온다.

온라인 수강생은 강의 동영상만 지켜보지 않는다. 카포 교수는 수강생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었고 숙제를 내주고 쪽지시험도 본다. 전 세계 수강생이 게시판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카포 교수는 “전 세계에서 내 강의를 들으려 한다는 것을 나도 믿을 수 없었다”며 “초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WP는 “고등교육은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한 온라인 강좌 업체의 광고 문구를 소개하면서, 온라인 무료 강의에 쏠리는 뜨거운 열기가 “비싼 등록금과 교수의 역할, 학위의 가치, 그리고 대학의 사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준다”고 평가했다.

코서라 설립자 중 한 사람인 조지아공대 21세기대학센터 소장 리처드 드밀로 박사는 “학위를 받기 위해 2억원 안팎의 돈을 써야 하는 현실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캠퍼스 잔디밭에 교수 1명이 대여섯 명의 제자들과 둘러앉아 대화하는 모습은 이미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대학)에서도 찾기 어렵다. 교수들도 극소수 엘리트보다 배움에 목마른 전 세계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더 큰 열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는 이제 막 꽃피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얼마나 충실히 강의를 따라오고 있는지, 공정한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무료 강의를 유지하기 위한 수익 모델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취업 알선 수수료를 받거나 수료증을 유료로 발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코서라에 학생 추천을 부탁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