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최초 美대학 졸업 변수 선생 졸업장 120년 만에 모교 기증
입력 2012-11-04 19:36
한인 최초로 미국 대학을 정식 졸업한 변수(邊燧·1861∼1891) 선생의 졸업장이 120년 만에 모교인 메릴랜드 대학에 기증됐다.
2일(현지시간) 이 대학 유니언센터 ‘변수룸(Pyon Su room)’에는 린다 클레멘트 부총장과 앤 터코스 문서보관담당자 등 대학 관계자와 해롤드 변 한인복지센터 이사장을 비롯한 한인 관계자들이 대거 모였다.
클레멘트 부총장은 “우리 대학은 물론 한국과 미국, 모두에 큰 의미를 선사했다”고 반겼다. 특히 이날 공개된 변수 선생의 ‘1891년 졸업장’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상태였다.
터코스씨는 “미국인 졸업생 중에서도 1900년 이전의 졸업장이 이처럼 완벽한 것은 찾기 힘들다”면서 “원본은 대학 문서고에 보관하고 복사판을 만들어 ‘변수룸’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수 선생 유족 측을 대표한 해롤드 변 이사장은 “한국의 국립박물관에 기증할 생각도 했지만 변수 선생과 메릴랜드 대학이 갖는 의미를 되살리고 한·미 양국의 후손들이 역사를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모교에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수 선생은 통역관 집안에서 태어나 1882년 김옥균의 일본 시찰을 수행했다가 이듬해 미국과의 수호통상조약에 따른 보빙사(報聘使)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민영익 홍영식 서광범 유길준 등과 함께 40일간 미국 체류 일정을 마친 변수 선생은 미 정부가 제공한 해군 군함을 타고 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1884년 갑신정변에 참여했으나 정변이 실패하자 일본으로 망명했다. 1886년 미 워싱턴DC로 망명지를 옮겼다가 다음 해 9월 메릴랜드 대학의 전신인 메릴랜드 농과대학에 입학했으며 4년 만인 1891년 졸업했다. 이어 미 농무부에서 촉탁으로 근무하면서 보고서 준비차 그해 모교를 방문했다가 열차에 치어 사망했다. ‘농무성통계국 월보’에 ‘일본의 농업’이라는 보고서를 게재하고 ‘중국의 농업’이라는 보고서를 준비하던 중 졸업 4개월 만에 모교 방문 후 귀가하다 기차에 충돌해 사망했다.
한국 최초의 미국 의대 졸업생인 서재필 선생은 변수 선생보다 앞서 대학에 입학했으나 의과 과정이 길어 졸업은 늦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