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고영삼 인터넷중독대응센터장 “위험성 잘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입력 2012-11-04 10:52
본격 도입 3년 만에 ‘스마트폰 사용자 3000만명’ 시대를 연 한국은 스마트폰 강국이지만 스마트폰 중독에 따른 부작용과 우려도 심한 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자가진단 척도를 만든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등촌동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고영삼 인터넷중독대응센터장을 만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서 들었다.
-스마트폰 중독이 정말 심각한 건가.
“위험성을 잘 모른다는 게 더 위험하다. 이 조그만 기기에 무슨 중독성이 있을까, 일반인은 잘 믿지 않는다. 조금 많이 쓰고 다소 신경이 쓰이는 정도라고 치부한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에게 장난감으로 스마트폰을 던져준다. 영유아기 아이가 스마트폰을 잘 다루면 칭찬하는 부모도 있다. 정말 위험한 행동들이다. 말랑말랑한 두뇌가 스마트폰에 몰입해서 생기는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현재로서는 짐작조차 어렵다.”
-인터넷 중독과 스마트폰 중독은 다른 것인가.
“인터넷 중독은 한 곳에 앉아 장시간 집중적으로 빠져든다. 인터넷 게임 유저는 5∼10분 만에 급격히 몰입해 그 상태를 2∼3시간 유지한다. 만약 그 순간에 엄마가 전원을 뽑아버리면 아이의 공격성은 폭발한다. 반면 스마트폰의 경우 기다리고 확인하고 반응하는 짧은 행동패턴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빠져든다. 극단적인 중독행동은 별로 없지만 밥 먹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일상생활에서 의식의 일정 부분이 항상 스마트폰에 가 있다. 삶이 끊임없이 방해를 받는 거다.”
-유독 아동기에 스마트폰이 더 위험한가.
“아동 및 청소년기에는 뇌 신경회로가 만들어진다. 특정 사안에 집중을 해야 회로가 안정적으로 형성되는데 스마트폰이 이런 집중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주의력 집중력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스마트폰은 언제부터 쓰면 좋은가.
“몇 살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늦을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인터넷 중독의 경우 인터넷 시작 연령이 빠를수록 중독비율이 높아진다. 스마트폰의 경우 24시간 접근이 가능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미디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조심해야 한다. 일단 초등학생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게 좋다. 연락수단이 필요하다면 휴대전화만으로 충분하다. 휴대폰과 스마트폰은 같은 ‘폰’이지만 완전히 다른 기기이다. 휴대폰은 그냥 전화인 반면, 스마트폰은 손에 컴퓨터 하나를 들고 다니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얻을 이득이 무엇인가.”
-그래도 안 사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아닌가.
“중학교 2학년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더니 ‘반에서 스마트폰 없는 애가 나 혼자’라고 투덜대더라(웃음). 꼭 사줘야 한다면, 규칙을 만들어둬라. 이를테면 △학교 혹은 학원 수업 △식사하거나 대화할 때 △보행 중이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기로 합의하는 거다. 시간관리 프로그램을 까는 것도 방법이다. 단, 규제는 반드시 아이와 합의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안돼’라고 말하면 아이는 더 반발한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