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소통·윤리경영 열공 중
입력 2012-11-04 21:54
이병철 선대회장 때부터 시작된 삼성사장단회의의 논의 내용과 외부 강사 강연 주제는 삼성이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알 수 있는 단초다.
매주 수요일 오전 8시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39층에 마련된 회의실에 모인다. 외부 강사의 강연을 듣고 간단한 내부 회의가 이어진다.
올해 삼성사장단회의는 38회 개최됐다. 총선 투표일이었던 4월 11일과 올해 수요일이었던 현충일·광복절을 제외하곤 매주 열렸다.
삼성사장단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4일 분석한 결과, 소통과 윤리경영에 관한 내용이 가장 많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이슈가 불붙기 전부터 삼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제고 방안을 회의 테이블에 올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회 변화를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통을 주제로 삼은 외부 강사들의 강연은 올해 모두 7차례 열렸다. 백기복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의 ‘미래형 리더의 조건’(1월 11일) 강연처럼 주제는 리더십 등을 다뤘지만 내용적으로 소통을 강조한 강연을 포함하면 12차례로 늘어난다. 한 달에 한 번은 소통에 대한 외부 강사들의 강연이 이어진 셈이다.
세대 간 소통, 보수·진보 간 소통, 기업과 사회 간 소통, 역사를 통한 이해 등 소통을 다룬 다양한 강연이 이어졌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를 강사로 초빙한 것도 사회적 소통을 위한 신선한 시도로 평가됐다.
윤리경영도 올해 삼성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삼성은 담합근절 종합대책 등 윤리경영을 위한 방법과 조치를 7차례 논의했다.
내부의 치부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 3월 21일에는 삼성전자 고위 임원 주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행위 조사를 막은 사건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관련 직원을) 더 강하게 징계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삼성이 이 회장의 격노를 외부에 알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3월 28일에는 계열사 사장들이 직원들의 윤리교육을 직접 챙길 것을 주문하는 회의가 열렸다. 금품수수 금지 등 준법지수를 임원 평가에 반영키로 한 것도 의미가 크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국민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면서 “이런 기조에서 윤리경영을 강조한 것일 뿐 경제민주화 논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