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역경 딛고 ‘황금알 수확’ 눈앞… 대우인터, 미얀마서 가스전 내년 3월 생산
입력 2012-11-04 21:59
미얀마는 기회의 땅이다. 가택연금서 풀려난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의 야당이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전승하면서 50년간 독재를 유지해온 군부도 정치·경제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한국 공사와 기업의 미얀마 진출은 가히 ‘러시’ 수준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경제수도 양곤 주변의 신공항 건설 참여를 모색 중이고, 수자원공사는 상수도 건설 프로젝트를, 국토부는 양곤을 관통하는 이라와디강 종합 정비계획 참여를 타진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한국서부발전 등의 컨소시엄은 화력발전소를 수주했고, 기업은행은 현지 합작법인을, 하나은행은 양곤 사무소를 설치했다.
그러나 미얀마 진출의 터줏대감은 1985년부터 대우그룹 차원에서 이곳에 첫발을 내디딘 대우인터내셔널이다. 지난달 23일 양곤 시내 비즈니스 단지에 입주한 대우인터 미얀마 법인을 찾았다. 대한민국 상사 1호로서 ‘돈 되면 뭐든지 판다’는 대우인터 상사맨들의 미얀마 본거지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미얀마 군부로부터 서부 자욱퓨 해저의 가스 탐사권을 획득했다. 2004년 1월 수많은 난관 끝에 4조5300억 입방 피트 규모의 해저 가스전 탐사에 성공했고, 이를 뽑아내기 위한 플랜트 설치는 현재 87%까지 끝났다. 내년 3월 이후 가스 생산이 본 궤도에 오르면 대우인터가 거둬들일 순수익만 향후 10년간 3조원 이상이다.
한국 최초 해외 해저 가스전 탐사 발굴 성공 기록을 가진 대우인터내셔널의 가스전 프로젝트 이름은 ‘쉐’다. ‘쉐’는 미얀마어로 ‘황금’을 뜻한다. 대우인터 주시보 상무는 “외국 오일메이저들이 모두 실패했던 미얀마 서부 심해에서 당시 대우만이 가스층 발굴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비결로는 현장 엔지니어들의 ‘한 번 더’ 시추 시도를 상사출신 임원들이 하룻밤 새 빠른 의사결정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우는 ‘쉐’ 가스전 말고도 인근 ‘쉐 퓨’, ‘미야’ 등 세 곳을 차지하고 있다. 대우가 첫 가스전 발굴에 성공한 2004년 이후 미얀마 서부 해상은 마치 신도시 구획처럼 다국적 오일메이저들에 분양이 끝난 상태다.
비즈니스 단지를 뒤로 하고 양곤 공항이 있는 북쪽으로 50여분 차를 타고 가 미얀마포스코 아연도금공장에 도착했다. 포스코가 생산한 강판을 가져와 아연 도금을 입혀 함석지붕용 강재를 만드는 공장이다. 미얀마포스코는 일본계 미쓰이 스미토모 등 종합상사와의 경쟁을 뚫고 미얀마 아연도금 강재의 25% 이상을 차지해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812달러의 빈국 미얀마는 한국의 1970년대 말 풍경과 유사하다.
미얀마포스코 김창규 법인장은 “2005년 군부가 철강재를 규제하면서 2년간 휴업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지금은 연매출 2773만 달러에 순이익 531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김 법인장은 군부 규제를 풀기위해 합작 법인인 미얀마 군인복지법인을 통해 최고위 군부와 직접 접촉했다.
지금은 미얀마 공중파 TV에 미얀마 최고 연예인을 모델로 포스코산 ‘슈퍼스타 함석지붕’을 광고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스님과 군인을 제외하면 볼 게 없던 공중파 TV에서 한국 드라마와 함께 포스코가 한류를 선보이는 대표 브랜드 역할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양곤(미얀마)=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