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유행에 민감한 남성들에 인기

입력 2012-11-04 18:59


회사원 이지훈(31)씨는 불황 탓에 최근 소비를 줄였지만 ‘컨템포러리’ 브랜드에서 의류를 구매하는 데는 망설임이 없다. 이씨는 “출근할 때도 입을 수 있는 세련되고 개성 있는 옷을 사고 싶은데, 정장이나 캐주얼 브랜드에는 맘에 드는 게 없다”며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다른 지출을 줄여서라도 입고 싶은 옷을 살 때가 많다”고 말했다.

4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유행에 민감한 남성들이 증가하면서 불황에도 컨템포러리 브랜드 의류 구매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템포러리는 최근 유통업계에서 ‘명품보다 가격대가 낮지만 일반 브랜드보다는 개성 있고 고급스러운, 즉 명품과 일반 브랜드 사이의 브랜드’를 아우르는 용어다. Theory, DKNY, 질스튜어트뉴욕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으로 의류 매출이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매출 신장률 추이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대비 올 1∼9월 남성복 전체의 매출 신장률은 2∼7%를 오가는 수준이지만 남성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경우 14∼28%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기존의 정장 브랜드 등은 역신장을 기록했지만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30%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 실적을 보면 롯데백화점의 남성복과 여성복 전체 매출은 각각 0.7%,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여성의류가 -1.6%, 신세계백화점은 신사복 -5%, 여성정장 -10%로 역신장했다.

이런 추세는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성만큼이나 남성의 패션감각도 중요하게 인식되는 분위기 속에서 남성들도 옷에 대한 관심을 자신을 위한 투자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또 2000년대 후반부터 회사마다 출근 복장을 비즈니스 캐주얼 등으로 자율화한 영향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한다.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얻자 관련 브랜드들의 백화점 입점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컨템포러리 상품군의 브랜드 수를 배 이상 늘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이라 유행을 타는 옷은 매출이 부진할 것 같지만, 패션에 관심 많은 남성들이 구매하는 브랜드는 오히려 불황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