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安, 대꾸없이 “쇄신” 되풀이… 민주 중심 단일화 경계

입력 2012-11-04 21:31

재촉하는 文… 뜸만 들이는 安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4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공식 제안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은 채 재차 민주당의 강도 높은 정치쇄신만을 요구했다. 안 후보는 전북 군산 새만금 33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개혁 없는 정권교체는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심의 단일화 프레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제주에서 4·11 총선을 언급했는데 이는 ‘정치개혁 없이는 정권교체도 힘들다’는 예로써 말한 것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좋다. 진심이 담긴 약속들이 있어야 정권교체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일 제주 강연에서 “계파를 만들어서 계파 이익에 급급하다가 총선을 그르친 분들의 책임”이라며 친노(親盧·친노무현)계 지도부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안 후보가 노골적으로 민주당 내 인적쇄신을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이날 “제가 인적쇄신에 대해서 말한 게 아니었고, 말한 적도 없다. 정말 국민들이 ‘정치쇄신이 됐구나’ 판단하는 순간이 정권교체 성공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발을 빼는 듯한 인상을 줬다. 아울러 “민주당 지지자 분들, 그리고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을 해오고 고생하신 민주당 의원들 모두 존중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있을 단일화 국면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당심(黨心)을 껴안는 한편 민주당 지도부의 약점을 공격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1차 전국 순회를 끝낸 지 이틀 만에 1박2일 일정으로 익산, 광주 등 호남을 다시 방문했다. 출마선언 이후 첫 지역투어 장소로 2박3일간 광주, 여수 등을 돌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바 있다. 그만큼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안 후보는 오전 5일장이 선 익산 솜리장을 찾았고 군산을 방문한 데 이어 광주로 이동해 충장로에서 시민들과 ‘번개 만남’을 가졌다. 안 후보는 시민들이 단일화에 대해 질문하자 “내일 강연 기회가 있으니까 강연에 오시라”고 했다. 5일 전남대 강연에서 단일화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한편 안 후보 캠프는 금융위원회 폐지와 토빈세(1년 미만의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금융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현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감독 업무는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토록 했다. 금감원은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대신 시스템 리스크의 효과적 대응을 위해 거시건전성 관리를 총괄하는 ‘금융안정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그러나 토빈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커지면서 자본통제국 이미지가 굳혀져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우려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아울러 지지부진한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도 정부 지분 매각을 통해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군산·익산=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