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물류창고 화재 순직 김영수 소방경… 기부·봉사 앞장섰던 ‘천사 소방관’
입력 2012-11-04 21:51
“평소 남을 위해 봉사도 많이 하고, 쉰 살 넘어 지난해 늦장가 들어 단란한 가정을 꾸렸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 한 물류창고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김영수(54) 소방경이 평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와 봉사를 해 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그는 1년여 전 홀어머니를 여읜 뒤 50세가 넘은 나이에 가정을 꾸렸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아내와 함께 해외 성지순례 계획도 세워두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 1주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화마와 싸우다 변을 당한 것이다.
지난 2일 오후 7시16분 지하 3층·지상 5층의 물류창고 화재 진압 작전에 투입된 김 소방경이 숨진 채 발견된 때는 3일 오전 2시52분. 현장에 투입된 지 7시간여 만이었다. 김 소방경 시신은 화재 건물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근처에서 발견됐다. 이날 불은 큰 불이 아니어서 15분 만에 진화됐다.
부평소방서 갈산안전센터 소속인 김 소방경은 24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그는 잔불 정리와 최종 인명수색을 위해 불이 난 건물 지하 2층으로 진입했다가 물품들로 미로 같은 곳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연기에 질식, 순직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신 장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의 고인 빈소에는 순직 이틀째인 4일 오후까지 각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 소방경의 영정사진 앞에는 평소 고인이 자주 봤던 성경책이 놓였다.
한상대 인천소방안전본부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쯤 빈소를 찾아 정부가 수여한 옥조근정훈장을 유족에게 대신 전했다. 김 소방경은 4일자로 소방위에서 소방경으로 1계급 특진 추서됐다.
김 소방경 동료들은 “젊은 시절부터 직원들 모르게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니며 기부와 봉사활동을 계속 해왔고, 승진 욕심도 없어 부하 직원들에게 닦달 한 번 안 하던 분이다” “늦장가를 들어 재미있게 사는가 했는데 이런 변을 당했다” 등등의 말을 하며 애통해했다.
김 소방경의 영결식은 5일 오전 9시 부평소방서에서 소방서장으로 엄수된다.
인천=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