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우상숭배인 신사참배로 고초 겪었는데”
贊 “역사적인 기념물은 우상이 될 수 없어”
‘사랑의 원자탄’으로 유명한 순교자 손양원(1902∼1950) 목사의 동상(사진) 건립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손 목사의 순교신앙을 기리고 전파하자는 취지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동상 건립이 손 목사의 순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친 것.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동상 건립 논란 전말=여수세계박람회를 8개월 정도 앞둔 지난해 9월, 제96회 예장통합총회에서는 전남 여수 율촌면 애양원 내에 손양원 목사를 비롯한 12명의 순교기념탑을 건립하는 사업안이 통과됐다. 여수세계박람회를 방문하는 관광객과 후대에 손 목사의 순교신앙을 전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여수노회가 기독교 선교 차원에서 제안한 사업이었다. 기념 조형물로는 청동으로 제작된 순교기념탑을 비롯해 손 목사의 청동 동상, 12인의 순교자 부조가 함께 설치될 예정이었다. 사업비 5억3000만원은 통합교단의 64개 노회 및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한 모금을 통해 충당됐다.
하지만 지난 4월 초, 여수노회 소속 일부 목회자들이 손 목사의 동상 건립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동상 건립 작업은 잠정 중단됐다. 순교기념탑과 12인 순교자 부조상 등 기타 조형물은 이미 완공됐고 관람이 가능한 상태다. 1억5000만원을 들여 만든 동상은 제작을 담당한 김대길 전남대 교수가 7개월째 보관 중이다.
찬반 논쟁은 점점 가열되는 양상이다. 건립위 측은 지난달 25일 지역 목회자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동상 건립 지지를 호소했다. 반대 측은 이에 맞서 지난달 31일 노회원들에게 ‘동상 건립 반대를 위한 호소문’을 발송했다. 하루 앞선 30일에는 산돌손양원목사기념사업회(이사장 이만열)도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찬반 논란 왜?=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측은 “손 목사님은 신사참배를 우상숭배로 보고 적극 반대해 심한 고초를 겪으신 분”이라며 “동상 건립은 손 목사님이 걸어온 길이나 가르침에 크게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유족인 손 목사의 맏딸 손동희 권사도 “동상 건립은 손 목사님이 원치 않으실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데다 예장통합 총회나 노회가 특정 개인의 동상을 세운 사례가 없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정병진 솔샘교회 목사는 특히 “(김일성 동상이나 단군상처럼) 한 인간을 우상화하는 동상 제작은 성도들의 신앙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우상숭배로 유도할 소지가 있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수노회 순교기념탑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박남인 목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남인 위원장은 “동상은 우상화의 의도를 가졌다거나 (단군상처럼) 실제 우상으로 섬길 때 우상이지, 역사적 기념이나 교육·예술적 활동으로 제작한 것은 우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모든 형상이 우상이라면 교회안의 십자가도 우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통합교단 산하 대표적인 신학교육기관인 장로회신학대 교정에는 존 칼뱅과 마포삼열 선교사의 흉상이 있고, 숭실대에는 한경직 목사의 좌상 등이 세워져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찬반 논란이 가열되자 통합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까지 나섰다. 대책위는 지난 7월 여수노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동상 제작이 우상을 만들어 섬기는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인다”면서 “하지만 모든 노회 구성원이 흔쾌히 동의하고 참여할 때 순교기념사업이 본래 의미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노회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주문이다.
여수 교계는 6일 여수 공화동 동광교회(박찬일 목사)에서 열리는 여수노회 임시노회를 주목하고 있다. 노회 임원회에서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이번 노회에서 다루지 않기로 사전에 결정했지만 반대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대화를 통해 동상이 아닌, 다른 신앙 조형물을 제작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뉴스포커스] 논란 가열 ‘손양원 목사 동상건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12-11-04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