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대한 소망을 품은 … 오늘은 기쁜 날” 충주 들꽃교회, 감동적인 세례식

입력 2012-11-04 20:36


충주시 노은면 ‘들꽃교회’…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세례식

출석 교인 3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시골교회에서 감동적인 세례식이 열려 듣는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하고 있다. 충북 충주시 노은면 소재지에서 수상초등학교 쪽으로 가다보면 국도변에 ‘들꽃교회’라는 정다운 교회가 나타난다. 벽에 들국화와 해바라기를 가득 그려 넣고 십자가를 높이 세운 들꽃교회(예장통합)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소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4일 오전 11시. 이 교회는 추수감사예배를 겸한 세례식을 가졌다. 주정렬, 조문희, 박순경씨 등 꼬부라진 80대 중반의 할머니 3명과 60대의 부부 황현주 박영숙씨 등 5명이 세례를 받은 주인공. 교우들이 수확한 고구마 버섯 고추 호박 무 감 포도 사과 콩 쌀 파 배추 등 농산물을 쌓아놓고 추수감사예배를 드린 후 노인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세례식이 열렸다. 세례를 마치고 김종래(50) 목사는 “농촌교회 목회를 하면서 한꺼번에 다섯 명이 세례를 받고, 그 자손들이 모두 교회를 찾아와 성전이 만원을 이루는 이같이 기쁜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감격해했다.

5명의 세례식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충북 행정부지사를 지낸 이재충(60)씨가 공직을 마치고 고향에 내려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모친 조문희씨를 교회에 출석하도록 공을 들였다. 그러나 80이 넘은 할머니가 누대로 내려오는 기제사를 드리지 않고 교회에 출석하는 문제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형제들과 주변 이웃들의 반대도 심했다. 그럴수록 아들은 “천국에 대한 소망이 없다면 노후의 삶은 비루하기 그지없다”며 “어머니를 교회로 모시는 것이 아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노모를 설득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노모는 ‘아들의 뜻을 물리칠 수 없다’며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고, 날이 지나면서 이웃 할머니들도 “마을의 모범이 되게 살아온 조 할머니가 교회를 다닌다면 그곳은 좋은 곳임에 틀림없다”며 동행하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인들에게 세례교육을 하는 것이 힘들기는 했지만 지난 1년간 열성을 다해 복음의 근간에 대해 교육을 시켜왔다”며 “삶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을 영접시켜 천국으로 인도하는 농촌목회는 참으로 의미 깊다”고 강조했다. 농촌 노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받게 한 후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는 과정을 지켜보면 깊은 울림이 남는다고 했다. 18년 간 사역해온 농촌교회에 교인이 30명이 채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농촌에 젊은이는 거의 없고, 노인들은 연세가 많아지면 교회 출석을 하지 못하거나 세상을 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한 가지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촌 목회는 전적으로 섬기고 베푸는 사역입니다. 그런데 어떤 행사를 하려면 재정과 젊은 일꾼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젊은이들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쉽습니다.”(043-853-8684)

충주=글·사진 임순만 기자 s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