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천마산 가을 기도회
입력 2012-11-04 18:29
수양관이 따로 없는 우리 교회는 해마다 대여섯 번은 천마산 기도원을 찾는다. 동도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개인적으로 가끔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산속에서 각자 기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무나 바위 주변에 트럭 타이어를 묻어놓고 그 구멍에 시멘트를 부어 방석처럼 만들어 놓았다. 크기나 쿠션이 괜찮은 안락의자 같다.
무엇보다 경치가 수려하다. 제법 높은 곳이라 겨울에는 차가 미끄러질 정도인데, 막상 올라가면 그렇게 멋있는 곳이 있나 할 정도다. 특히 가을 단풍이 압권이다. 마주 보이는 산자락이 단풍 무늬로 수놓은 이불같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 산속의 약간 골짜기 느낌이 드는 산등성에 기도 타이어들이 있어서 “주여∼” 부르짖으면 금방 하늘에서 응답이 내려오는 듯하다.
지난 주일에도 오후에 버스를 동원해서 천마산을 찾았다. 열심인 순장들에게 평일 단풍 여행도 못 시켜주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여전히 기도의 열정은 이어가야 하겠기에 그렇게라도 천마산 단풍 야유회가 아닌 천마산 가을 기도회를 만든 것이다. 금방 어두워져버린 산속에서 우리는 깊어가는 10월의 마지막 주일 밤을 목놓아 부르짖는 기도소리로 채웠다.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