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먹는 물 쏟아져 꿈만 같아요”… 구세군 자선냄비본부, 캄보디아서 ‘희망의 집짓기’
입력 2012-11-04 18:19
“이제 연못물을 먹지 않아도 돼요. 또 물을 길러 먼 길을 걸어가지 않아도 되고, 밤엔 태양광 랜턴을 켜고 책을 볼 수 있어 행복해요.”
캄보디아 프놈펜 따오게오주(州) 앙떠싸움군(郡) 떠떵틍아이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 완다라(15)의 꿈은 일곱 식구가 안락하고 편안한 집에서 사는 것이었다. 잠잘 때 비를 맞지 않고, 곤충과 짐승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완다라는 남의 집 마당을 빌려 지은 조그만 원두막에 살았다. 아빠 샘서리(42) 엄마 숩베가라이(37) 성하(9) 스러이마이(6) 창(4) 헤인오은(1)이 차례로 누우면 아름다운 하늘이 보이지만, 비가 오면 코코넛 잎으로 만든 지붕 사이로 빗물이 떨어져 온몸이 흥건히 젖어 잠을 잘 수 없었다. 가족이 이곳에 살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아버지가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를 잃은 후부터이다. 아버지는 의족을 했지만 거동이 불편해 힘든 일을 할 수 없다. 현재 형의 밭에서 일을 돕고 수확한 작물을 품삯으로 받아와 근근이 살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행복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달 23∼28일 이곳을 방문한 30여명의 구세군 자선냄비본부 해외봉사단(드림해피1기)이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희망의 집짓기’를 통해 아담한 집을 선물한 것이다. 봉사단은 마당에 펌프를 설치하고 10평 규모의 하얀색 목조주택을 완성했다. 집안엔 말라리아 퇴치 모기장과 태양광 랜턴을 걸어주었다.
27일 오픈하우스 날이었다. 마당에서 펌프질을 힘차게 하며 딸 스러이마이의 머리를 감겨주던 엄마는 “예전엔 씻으려면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연못에 가야했고 그 물을 길어와 식수로 사용했는데 이젠 집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꿈만 같다”고 말했다.
또 봉사단은 완다라의 집에 가정용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를 설치했다. 그동안 커다란 항아리에 받아 놓은 연못물을 식수로 사용해 수인성 질병의 위험이 높았는데 이제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라이프 스트로를 설치해 준 김도영 에이드그린 대표는 “오염된 물은 아이들에게 A형, E형 간염과 콜레라 장티푸스 급성소아마비 및 수인성 질병을 일으킨다”며 “최소한의 식수와 위생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완다라는 그동안 집안일을 돕느라 몇 번씩 학업을 중단했었다. 또래 아이들은 중학교에 다니지만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다. 매일 1∼2시간을 걸어서 물을 길어 오고 물고기와 메뚜기 개구리 등을 잡아 시장에 팔아 돈을 벌었다.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벼농사를 도우며 품삯을 받아 학비를 벌어야 했다. 장래 교사가 되고 싶은 완다라는 그래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집을 갖게 된 완다라의 아버지는 “그동안 매일 아침 일어나 다른 집들을 바라보며 언제 저런 집에서 살아보나 하며 부러워했는데 이제 제가 동네에서 가장 좋은 집을 갖게 돼 정말 행복해요. 앞으로 꿈이 있다면 작은 커피농장이라도 해서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잘 키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봉사단이 가난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은 완다라의 가정에 희망을 선물하고 떠나올 때 7명의 가족은 두 손을 모으고 나란히 서 자동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인사했다. “어꾼쯔란(고맙습니다).”
완다라가 살고 있는 떠떵틍아이는 120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에는 호롱불을 켠다. 이제 봉사단이 전해준 태양광 랜턴으로 마을은 밤마다 각 가정에 빛이 새어 나올 것이다. 봉사단은 그 가정에 복음의 빛이 전해지길 기도했다.
프놈펜=글·사진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