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볼거리·감동의 무대… 관객은 즐겁다

입력 2012-11-04 18:14


연말 뮤지컬 大戰… 색깔 따라 골라 보세요

25주년 기념으로 내한하는 미국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오페라의 유령’을 볼까, 한국어로는 첫 공연되는 ‘레미제라블’을 볼까. 뮤지컬 팬들의 행복한 고민이 깊어져 가는 연말이다. 1년 내내 뮤지컬 한 편 안 보던 사람도 뭔가 하나 봐줘야 될 것 같은 계절이 돌아왔다. 살펴보면 초대형 해외 뮤지컬만 있는 게 아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우리 창작 뮤지컬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1∼12월, 무대에 오르는 주요 뮤지컬을 정리했다.

# 초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단연 눈에 띈다. 25주년 기념공연으로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한국을 찾는다. 특히 2005년 내한 당시 ‘팬텀 신드롬’을 일으킨 브래드 리틀이 방한해 눈길을 끈다. ‘빵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대규모 한국 팬을 거느린 그의 활약이 이번 공연의 포인트. ‘아이다’ 역시 유령 못지않은 초대형 무대를 자랑한다. 주인공 아이다 역에 캐스팅된 ‘감동의 아이콘’ 쏘냐와 ‘뮤지컬의 여신’ 차지연의 경쟁이 볼 만하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조명 등 볼거리가 가득한 작품.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주인공 역에 무려 6명이 캐스팅됐다. 키(샤이니) 규현(슈퍼주니어) 김동준(제국의아이들) 손동운(비스트) 등 아이돌 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쇼 뮤지컬이다. ‘리걸리 블론드’에서도 제시카(소녀시대)와 정은지(에이핑크) 등을 만날 수 있다. 아이돌의 뮤지컬 입성에 우려도 있지만, 뮤지컬 시장을 키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몇 만 관중 앞에서 단련된 아이돌이라 뮤지컬 적응력이 빨라 대체로 실력 발휘를 한다는 평.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맨 오브 라만차’에선 황정민은 빠지고 류정한이 가세했다. 홍광호 서범석 류정한의 돈키호테 경쟁이 볼 만하다. ‘락 오브 에이지’는 로큰롤 주크박스 뮤지컬. 뜨거운 에너지와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본조비’ ‘익스트림’ ‘미스터빅’ 등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번 더 플로어’는 댄스 뮤지컬. 빠른 박자 속 섹시한 움직임과 다양한 춤이 펼쳐진다. 춤추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들은 이곳에 모일 것. ‘어쌔신’은 황정민이 주연에 연출까지 맡은 작품.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거나 하려 했던 9명의 이야기. ‘그리스’는 귀에 익은 신나는 곡이 흘러나오는 원조 히트 뮤지컬이다.

# 독특한 상상력 돋보이는 창작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000년 초연 이후 국내 최초의 뮤지컬 팬클럽인 ‘베사모’를 탄생시킨 작품.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 베르테르의 사랑 앞에서 많은 여성 관객이 눈물을 흘렸다. ‘꽃베르’라는 별명을 가진 김다현도 나온다. 가수 윤복희와 김종서 등이 출연하는 ‘마리아 마리아’. 올해 10주년을 맞아 8년 동안 배우로 활동하던 1대 원조 마리아 강효성이 연출을 맡았다.

‘인당수 사랑가’는 춘향과 심청이 동일인물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한 작품. 춘향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고전에 대한 발칙한 상상과 세련된 국악이 포인트. ‘막돼먹은 영애씨’는 오피스 뮤지컬. 과로에 찌든 직장인이라면 박장대소할 상황과 대사가 많다. 직장인 송년 회식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작곡가 오태호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사랑과 우정 사이’ ‘이별 아닌 이별’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등 3040세대에 익숙한 가요에 푹 빠질 수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에서 500만 관객을 모은 영화로 만들어진 ‘완득이’가 뮤지컬로도 나온다.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개관작. ‘삼천-망국의 꽃’은 백제 시대 삼천 궁녀가 3000명이 아닌 ‘삼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명의 궁녀였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뮤지컬이다.

# 색다른 유럽 뮤지컬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국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대표작. 한국어 초연작이라는 것이 포인트. ‘영웅’과 ‘라카지’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뿜었던 정성화가 원 캐스팅으로 무대를 책임진다. 경기도 용인 포은아트홀 개관작이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엘리사벳’의 뒷이야기. 안재욱의 연기와 박은태의 목소리, 임태경의 황태자 포스 중 어떤 공연을 고를지는 각자의 몫.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는 임창정과 이종혁이 캐스팅됐다. 몽마르트르 언덕을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사랑이야기다.

# 장기 상영 중인 오픈런

2000회를 넘기고 장기 공연 중인 뮤지컬 세 편이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첫사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名不虛傳).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한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12월에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다. 최근 2000회를 맞은 ‘빨래’는 외국인 노동자와 비정규직 여성의 사랑이야기로 훈훈하고 따뜻하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