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추진… 존엄사 논란 재점화

입력 2012-11-02 18:53


정부가 말기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제도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직접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말기 환자 등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 의지 추정, 미성년자나 지적장애인 등을 대신한 의사표시 인정 여부 등 쟁점 사안이 여전히 남아 있어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일 제2차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열고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를 적극 추진하되 구체적 추진 방안은 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 또는 한시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5월 대법원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모 할머니의 생명연장 치료 중단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존엄사 논의가 본격화됐고, 그해 10월 대한의학회는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의료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듬해 7월에는 종교·의료·법조계 등 각계 대표 18명으로 구성된 사회협의체가 연명치료 중단 대상, 중단 가능한 연명치료 범위 등에 대한 기본 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이후 쟁점 사안에 대한 찬반 논쟁 끝에 논의가 중단됐다. 18대 국회에 제출됐던 존엄사 관련법 2개도 회기 종료로 모두 폐기됐다.

그러는 동안 일선 의료기관 일부에서는 자체 지침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이 진행돼 왔다.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가 지난해 중환자실이 설치된 전국 종합병원 211곳을 조사한 결과 연명치료가 보류·중지된 환자 사례는 총 13건으로 나타났다. 13건 중 3건은 환자 본인이, 10건은 대리인이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최근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합리적 법제화를 다시 촉구했고, 정부도 이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키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 9월부터 국민 여론 수렴에 나섰다. 하지만 쟁점 사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여전해 제도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의식 없는 환자의 가족이 환자의 결정권을 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종교계 한 인사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나 환자 가족이 중증 질환자 본인에게 정확한 상태를 알리기를 꺼리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연명치료 중단이 빈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칫 인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추정 대리에 의한 연명치료 중단 등 논란 사항은 의료계 현실과 국민의 평균적 인식에 대한 조사·연구를 시행한 뒤 공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