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절제된 눈물 한방울… 공약 100개보다 효과?

입력 2012-11-02 23:40


이번에는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울었다. 지난달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이어 두 번째 ‘잠룡(潛龍)의 눈물’이다. 선거에서 눈물은 진정성을 알리는 수단이면서 너무 잦으면 독(毒)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안 후보는 2일 제주 4·3 평화공원 내 4·3 사건 행방불명인 묘역을 둘러본 뒤 눈물을 훔쳤다. 이 장면은 인터넷 등으로 퍼져나가며 화제가 됐다. 안 후보는 눈물을 흘린 이유로 “‘○○○의 자’라고 적힌, 태어나 이름도 짓기 전에 희생된 아이의 표석을 보고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만명의 국민을 희생시킨 것에 대한 아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후보에게 눈물은 진심을 전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악어의 눈물인지 아닌지는 이제 유권자도 다 알기 때문에 진정성이 실렸다고 판단되면 그만큼 긍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12일에는 문 후보가 영화 ‘광해’를 보다가 5분 가까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온 건데 한번 나오기 시작하니까 이상하게 그치지 않더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도 2002년 12월 대선 당시 ‘바보 노무현의 눈물’이란 방송 광고로 지지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봤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지난 8·15 광복절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의 38주기 추도식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선 주자로서 유권자들과의 ‘교감’ 성격은 아니었다.

후보의 눈물이 파급력을 갖는 건 여기에 담긴 ‘무언의 메시지’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눈물에서 ‘잘못된 일에 분노할 줄 알고 부당하게 피해를 당한 이들을 동정할 줄 아는 후보’라는 점을 읽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한때 “눈물 한 방울이 요란한 공약 100개보다 낫다”는 말이 유행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양윤 교수는 “유권자들은 이성적인 면만 드러나는 후보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강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어서 미국 대선 주자들도 독립영웅이나 전쟁영웅과 관련된 행사에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절제의 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 후보가 9월 말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족을 만나 눈물을 흘린 데 이어 다시 눈물을 보이자 “좀 나약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안 후보 경우도 “평소 부드럽고 여성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눈물까지 보이면 그런 이미지가 더 굳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여성인 박 후보는 지나치게 강해 보이는 측면만 있어 유권자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손병호 기자, 제주=엄기영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