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연극사 산증인 장민호씨 별세

입력 2012-11-02 18:33

연극배우 장민호(88)씨가 2일 오전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해 6월부터 폐기흉으로 투병생활을 해왔다.

고인은 생전 ‘연극계의 살아 있는 전설’ ‘한국 현대 연극사의 산증인’으로 불렸다. 특히 지난해 2월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새로 개관한 서울 서계동 극장이 ‘백성희장민호극장’으로 헌정될 만큼 우리 연극사에 우뚝 선 배우였다. 두 원로 배우는 개관작 ‘3월의 눈’으로 나란히 무대에 올라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황해도에서 출생한 고인은 1947년 조선배우학교를 졸업하고 KBS의 전신인 서울중앙방송국에 배우로 입사해 성우로 활동했다. 50년 이해랑 선생이 극예술협회를 모태로 재건한 국립극단 전속 극단 신협에 입단해 활동하면서 대표작 ‘파우스트’를 비롯해 2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영화 ‘백치 아다다’(1956) ‘잃어버린 청춘’(1957) 등에 출연했고,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최근작으로는 2004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와 2007년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인 ‘천년학’에도 출연했다.

60년대 말 국립극단 단장으로 취임한 그는 프롬프터를 없애는 개혁을 단행하기도 했다. 15년간 국립극단장으로 활동한 이후에도 한국연극협회 이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후진을 돌봤다. 이런 공로로 대한민국 예술상, 국민훈장 목련장, 동랑연극상, 호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과 1남1녀.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5일 오전 10시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연극인장으로 열린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