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2030 오후 투표 많아… 시간연장이 당락 바꿀 수도

입력 2012-11-02 18:41


D-46, 투표율의 정치학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투표시간 연장에 소극적이다. 야권은 “높은 투표율을 두려워하는 정당”이라 조롱하며 투표시간을 2∼3시간 늘리자고 재촉한다. 새누리당이 우려하는 ‘투표시간 연장→투표율 상승→대선 패배’는 얼마나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일까.

◇아침잠 많은 2030, 투표는 오후에=여야 입장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세대별로 투표하는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대 투표가 당락을 갈랐던 2002년 대선의 미디어리서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성향이 강한 50대 투표자의 67.1%와 60대 이상 투표자의 77.4%가 오후 1시 이전에 투표를 마쳤다. 반면 20대와 30대는 절반 이상(각각 52.6%, 50.6%)이 오후 1시 이후에 투표했다.

또 오후 8시까지 투표를 진행했던 지난해 보궐선거를 보면 오후 6시 이후 투표율 상승세가 가팔라져서 오후 7시를 넘어서면 더욱 치솟는다. 4·27 경기도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 때 오후 6시까지 40%였던 투표율은 2시간 만에 9.1% 포인트 상승해 49.1%로 마감됐다.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오후 6∼8시 8.7% 포인트 증가했다.

세대별 투표 시간대와 높은 ‘저녁 투표율’을 감안하면 투표시간 연장은 곧 ‘2030’의 투표율 상승을 뜻한다. 젊은층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0∼31일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선 20대의 24.3%, 30대의 23%만 박 후보를 지지했다.

◇투표율 높으면 힘 못쓰는 새누리당=‘투표율이 높으면 보수당이 불리하다’는 통설이 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젊은층이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역대 총선 투표율과 득표율을 분석해보면 이 통설이 비교적 잘 들어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 16대 총선 전국 투표율은 57.2%로 15대 63.9%보다 떨어졌지만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득표율은 34.5%에서 39%로 올라갔다. 17대 총선에서는 투표율이 60.6%로 다시 늘어났지만 새누리당 득표율은 35.8%로 감소하는 등 투표율과 새누리당 득표율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19대 총선에서 투표율과 새누리당 득표율이 동반상승하며 통설이 깨졌다는 주장도 있다.

◇한 치 양보 없는 여야=야권은 2일에도 투표시간 연장을 고리로 여당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국민의 참정권 찾아주는 일을 거부하며 민주·헌법적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 측은 4일부터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의 금태섭 상황실장도 “국민에게 투표할 길을 열어주는 것은 여야에 관계없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 측 박선규 대변인은 “우리가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비약이 심한 논리”라며 “국회에서 논의해야지 국민을 상대로 선전전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